이란 공격에 연기된 이스라엘 라파 침공…떠날 채비하는 피란민들
이스라엘군, 이란에 신경 분산…피란민들 해안선 따라 북부 귀향
발포·공습에 피란민·활동가 숨져…민간인 보호 약속 '공염불' 그쳐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이스라엘이 건국 이래 처음으로 이란의 직접 공격을 받으면서 그동안 예고했던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침공은 사실상 연기되는 분위기다. 라파에 집결했던 피란민들로서는 대피를 위한 시간을 번 셈이지만 그렇다고 선뜻 북부로 복귀하기엔 여전히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일부 라파 피란민들은 피격 위험을 무릅쓴 채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스라엘군이 지난 2월부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섬멸을 목표로 가자지구 내 마지막 남은 지역인 라파 침공을 예고한 데다 지난 14일 새벽 이란의 대규모 공습으로 신경이 분산된 지금이 귀향 적기란 판단에서다.
전쟁 전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 거주하던 인권운동가 마하 후사이니도 일가족과 함께 귀향 행렬에 합류했다. 그는 가디언에 "이스라엘군이 한 곳을 침공하면 무차별적인 공격이 이뤄진다"며 "지난 2~3주간 라파를 떠날 새로운 피난처를 찾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린 기근이나 무차별적인 집중 공격에서 진절머리가 났다"며 "그저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호소했다. 그럼에도 해안도로를 따라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이 안전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가자시티 인근 누세이라트에 도착했을 때 이스라엘군의 격렬한 공·해상 포격이 있었다"며 "모두들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고 증언했다.
앞서 CNN 방송은 15일 두명의 이스라엘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군이 라파 공격 계획을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이스라엘 공군이 이날 라파 일부에 공격 계획을 알리는 전단을 투하할 계획이었지만 취소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스라엘군의 라파 공격 의지는 확고하다며 침공을 시기상의 문제라고 단언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4개 대대가 라파에 피신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날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성명을 내고 라파 진격에 앞서 민간인 대피와 구호물품 전달에 중점을 두겠다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이 현장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14일 이스라엘군의 발포로 가자지구 북부로 이동하던 피란민 4명이 사망했고, 1일에도 북부로 향하는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차량이 공습을 받아 활동가 등 7명이 숨졌다.
여기에 이스라엘군이 최근 가자지구 북부에 병력을 재배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부 귀향은 시기상조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모하메드 살하는 이날 가디언에 "이스라엘군이 간밤에 우리 병원과 가까운 베이트하눈을 떠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며 "아마도 그들은 이 지역을 표적으로 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14일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 지역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의 귀환을 허용했다는 보도는 거짓이며 근거가 전혀 없는 헛소문"이라며 "가자지구 북부는 여전히 전쟁 지역이며, 이스라엘군은 그곳으로 돌아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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