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스라엘 본토 첫 공습…드론·미사일 공습에 중동 긴장 최고조(종합2보)
"'그림자 전쟁' 펼치던 앙숙, 최초 전면 공격…중동 전쟁 새로운 장 열려"
아직까진 대규모 피해 없어…美, 이스라엘 철통 방어 지원 약속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이란이 보복을 약속한 지 2주 만에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개시했다.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전면 공격한 것은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이후 최초라는 점에서 중동 전역에서 긴장이 크게 고조됐다.
뉴욕타임스(NYT), 파이낸셜타임스(FT)와 알자지라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이란은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향해 순항 탄도미사일과 드론 공습을 실시했다. 현재까지 이란이 이스라엘에 발사한 미사일과 드론은 총 200대로 전해진다.
공습이 시작된 것은 이날 이스라엘 현지시간으로 새벽 2시쯤. 이날 이란의 포격으로 예루살렘 상공과 이스라엘 남부와 북부, 팔레스타인 골란고원, 서안지구 등지에서는 미사일 사이렌이 울려퍼졌다.
공격이 개시된 직후 이스라엘과 요르단, 이라크, 레바논은 영공을 폐쇄했다.
◇ 이스라엘군 "美·英 지원으로 드론 100기 이상 요격"
미국과 영국 전투기들은 이라크와 시리아 국경 상공에서 이스라엘로 향하는 이란 무인기 약 200기를 격추한 것으로 전해진다.
로이터통신은 미군 당국자 3명을 인용, 미국이 이스라엘로 향하는 이란 무인기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이 격추한 무인기에 대한 규모와 정확한 위치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스라엘 육군도 미국과 영국의 지원으로 드론 100대 이상이 이스라엘 영토 밖에서 요격됐다고 전했다.
◇ 親 이란 세력도 공격 가세, 헤즈볼라·후티 반군 공격
이날 이란의 보복 공습에 맞춰 이스라엘과 오랜 기간 분쟁 중인 레바논 레즈볼라와 예멘 후티 반군도 공격에 가세했다.
레바논 헤즈볼라는 골란고원에 있는 이스라엘 국방군(IDF) 방공본부 기지를 향해 로켓 수십 발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스라엘 측은 로켓이 이 공격으로 피해나 부상이 보고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예멘 후티 반군도 이란의 보복에 맞춰 이스라엘을 향해 드론을 발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 이란 "사악한 시온주의 이스라엘, 처벌해야…미국은 빠지라"
이날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스라엘 정권이 "악의적이고(malice), 사악(evil)하며 잘못됐다(error). 악의적인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은 처벌을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도 "미국과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의 어떤 위협도 이란의 맞대응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하거나 이란의 국가 이익을 해치는 데 관여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이스라엘 정권이 또 한번 실수를 한다면 이란의 대응은 상당히 더 심각해질 것이다. 이것은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의 갈등이며, 미국은 이 분쟁에서 빠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 이스라엘 "냉정하고 당호히 대응할 것"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은 보복을 예고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개시한 데 대해 "우리는 어떤 위협으로부터도 자신을 방어할 것이며, 냉정하고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며 강한 대응 의지를 밝혔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특히 최근 몇 주 동안 이스라엘은 이란의 직접적인 공격에 대비해왔다"며 "방어 시스템이 구축돼 있으며, 방어와 공격 모두에서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강하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강하다. 국민은 강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고위 관리도 로이터통신에 "이란 드론 공격에 맞서 중대한 대응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 부상자 1명·군 시설 1곳 피해…"대규모 사상자는 없는듯"
아직까지 이란의 공습에 따른 대규모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스라엘 당국에 따르면 이란 공격 이후 소녀 1명이 부상하고 군사시설 1곳이 피해를 입었다.
또한 이스라엘 당국은 주민 일부가 대피소로 향하다 부상했지만, 대규모 사상자는 없다고 파악했다.
다니엘 하기리 이스라엘 군 대변인은 "이란이 이스라엘에 발사 중인 킬러 드론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 이것은 심각하고 위험한 에스컬레이션(확전)"이라면서 "이란의 대규모 공격에 대비해 우리의 방어 및 공격 능력은 최고 수준의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군 고위 관계자는 이란이 무엇을 목표로 삼고 있는지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포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골란고원과 디모나, 네바팀, 에일라트 남부 도시 주변 지역 주민들에게 "추가 통지가 있을 때까지" 대피소에 가까이 머물라고 경고한 상황이다.
◇ 바이든, 긴급 회의 소집…"이스라엘 철통같이 방어 지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긴급 회의를 주재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철통같은 지지를 약속했다.
이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동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국가안보팀과 긴급 회의를 주재한 뒤 "이란의 대(對)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최신 정보를 브리핑 받기 위해 국가안보팀을 만났다"며 "이란과 그 대리인들의 위협에 대한 이스라엘의 안보에 대한 우리의 약속은 철통 같다"고 말했다.
앞서 애드리엔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성명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안보에 대한 미국의 지지가 철통 같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국은 이스라엘 국민의 편에 서서 이란의 이러한 위협에 대한 방어를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공중 공격을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 안보 팀과 정기적으로 상황에 대한 최신 정보를 받고 있으며 금일 오후 백악관에서 (국가 안보팀과)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파트너 국가 및 동맹국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관리들과도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이 공격은 몇 시간에 걸쳐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전문가·외신들 "전례없는 영토 공격…중동 전역 확전 위기"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실시한 것은 이달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공관을 공습해 이란 사령관 등 13명이 숨진데 따른 것이다. 이란이 2주 만에 전면 공격을 개시함으로써 중동 전역은 확전 기로에 서게 됐다.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중동 전문가 조너선 패니코프는 "이란의 공격으로 거의 누구도 실제로 원하지 않는 광범위한 지역이 전쟁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란의 첫 번째 직접 공격은 이전의 갈등 문턱을 깨뜨렸다. 현재 분명한 것은 이번 공격이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점이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공격에 직접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이란 본토에 대한 보복을 감수할 의향까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FT는 "지금까지 이란과 이스라엘은 직접적인 대립을 피했다. 오랜 앙숙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양국은 단 한 번도 자국의 영토에서 직접적으로 사격을 주고받은 전례가 없다"고 전했다.
NYT는 "이란이 이스라엘 영토 내부를 공격함으로써 장기간 지속된 양국간 '그림자 전쟁(shadow war)'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 두 적국 사이의 적대감이 크게 고조됐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CNN은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의 국가 간 갈등의 시작은 이 지역의 심각한 고조를 의미한다. 이는 미국이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된 이후 가장 피하기를 바랐던 시나리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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