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AI로 표적 3만7000명 추려"…현지보도에 美 진상조사 착수

이스라엘 잡지, 관계자 인용보도…"AI모델 '라벤더' 공습여부 결정"
"인간은 승인 도장만" 개입 전무…"하마스 직급별로 민간인 사망 용인"

지난해 12월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접경지 인근에서 촬영된 사진으로 한 이스라엘 전투기가 가자지구에 폭탄을 투하하고 있다. 2023.12.12 ⓒ AFP=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표적 3만7000명을 추려낸 뒤 공습 여부 판단을 맡겼다고 현지 언론이 폭로하자 미국이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4일(현지시간)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미국은 해당 보도가 아직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현재 보도 내용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일 이스라엘 시사잡지 '+972 매거진'은 6명의 이스라엘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공습 작전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군 정보부대인 8200 부대가 자체 개발한 AI 모델 '라벤더'를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정보당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 라벤더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PIJ)와 연관된 3만7000명의 신상 정보를 학습시켰고, 이를 토대로 공습 표적을 좁히도록 지시했다.

문제는 공습 여부를 확정하기까지 인간의 개입 없이 라벤더의 판단에 전적으로 의존했다는 점이다. 정보당국 관계자들은 "승인 도장을 찍는 것 외에 인간으로서 하는 일이 전혀 없었다"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 기습으로 슬픔에 빠진 사람들을 대신해 기계가 냉정하게 처리해줬다"고 입을 모았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PIJ 요원 사살 시 허용 가능한 민간인 인명피해 규모도 라벤더에 학습시켰다고 한다. 이는 요원의 직급에 따라 달라지는데 하위 요원의 경우 최대 15~20명, 고위 요원은 최대 100명의 민간인이 사망할 것으로 예상돼도 공습을 용인했다는 게 정보당국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또 하위 요원을 사살할 시에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정밀유도 기능이 빠진 재래식 폭탄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보당국 관계자는 "국가가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값비싼 폭탄을 낭비하고 싶어하지 않았다"며 하위 요원에는 "멍청한 폭탄을 사용해" 인명 피해를 키웠다고 했다.

이스라엘군은 이같은 보도가 나오자 이날 성명을 내고 "테러리스트를 식별하거나 테러리스트일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 AI를 사용하지 않았다"며 라벤더는 "어디까지나 표적 식별 과정에서 (인간) 분석관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