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라파 공격 포기 못해" 재차 강조…美 압박에 갈등 최고조

"홀로코스트 이후 최악의 학살을 잊은 것이냐" 반문
美 민주당에선 "내각 교체" 주장…독일도 만류 나서

17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예루살렘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기자회견하며 라파 공격 의지를 재차 밝혔다. 2024.03.17/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가가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공격을 고집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이를 만류하는 미국과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미국은 라파 공격 시 대규모 인명피해가 예상된다며 반대 의견을 거듭 타진했고 상원 민주당에서도 공개적인 네타냐후 내각 교체 요구까지 나왔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이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나섰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CNN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내각 회의에서 "지난해 10월 7일에 홀로코스트 이후 최악의 유대인 학살 사건이 벌어진 일을 잊은 것이냐"라며 국제사회를 향해 라파 공격을 포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네타냐후 총리는 "국제사회에서 일부가 이스라엘군과 정부, 총리를 향해 거짓 비난을 퍼부으며 전쟁을 멈추려 한다"라며 "그들은 선거로 전쟁을 중단시키고 최소 6개월간 국가를 마비시키려고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자신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척 슈머 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겨냥해 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국 민주당 소속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가 9일 (현지시간) 기자회견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앞서 슈머 대표는 지난 14일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의 최선 이익보다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우선시하면서 길을 잃었다고 믿는다"라며 "이스라엘은 왕따(pariah)가 돼선 살아남을 수 없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새로운 선거만이 이스라엘의 미래에 관한 건강하고 개방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허용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다"라며 사실상 네타냐후 내각 교체를 요구했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굉장히 부적절한 발언이다"라며 "선거를 치르는 것은 이스라엘이 스스로 알아서 할 일이다"라고 반박한 바 있다.

슈머 대표의 공개적 비판은 미국이 그동안 계속 이스라엘에 라파 공격을 만류하고 평화를 위해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를 인정하는 '두 국가 해법'을 받아들이라고 압박했지만 실패한 것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현상이라고 FT는 전했다.

실제로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슈머 대표의 연설을 두고 "좋은 연설"이라며 두둔했고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이스라엘을 돕기보다 더 큰 해를 끼치고 있다"라며 신경질적인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무엇보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라파 공격을 강행할 시 미국 지원을 제한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바 있다.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과 하마스가 납치한 인질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2024.03.16/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이에 더해 유럽에서도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라파 공격을 재고하라고 압박에 나섰다.

이날 이스라엘을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라파 공격은 역내 평화를 위협하는 일이라며 또다시 두 국가 해법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네타냐후 총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스라엘을 약하게 보이게 하는 합의는 지속 불가능한 평화를 낳을 것이라며 라파 군사작전을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그는 보란 듯이 지난 15일 이스라엘군의 라파 작전 계획을 승인했으며 "어떤 국제적 압박도 우리의 목표를 막지 못하며 이를 위해 라파에서 작전을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jaeha6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