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라파 진격 임박…밤새 공습으로 최소 25명 사망
전쟁초기 이스라엘 '남쪽대피' 명령…피란민 집결로 라파 인구밀도 높아
하마스 "라파 침략시 사상자 수만명"…이집트·英·EU도 일제히 우려 표명
- 김성식 기자,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김예슬 기자 =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를 상대로 이스라엘군이 진격을 예고한 가운데 10일(현지시간) 밤 사이 이어진 공습으로 라파에서만 25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파악됐다. 약 190만명의 피란민이 현재 라파에 모여 있어 이스라엘군의 지상작전이 전개될 경우 극심한 인명피해가 예상된다.
AFP 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24시간 동안 라파에서만 25명이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숨졌으며 가자지구 전체에선 117명이 목숨을 잃어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개전 이후 누적 사망자수가 2만8064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다만 9~10일 밤사이 벌어진 라파 공습 사망자수는 현재 외신마다 상이하다. 로이터 통신은 병원 관계자를 인용해 17명, AP 통신은 현지 기자들을 종합해 44명이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로이터는 라파의 주택이 폭격받아 11명이 숨졌고, 이후 두번째 공습으로 다른 주택에서 6명이 추가로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AP는 라파 주택단지에 총 세차례 공습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날이 밝은 10일 오후에도 이스라엘군의 공습은 두차례나 더 계속돼 하마스가 운영하는 경찰당국의 고위직 3명과 경찰관 2명이 추가로 숨졌다고 라파시 당국자들은 집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라파를 겨냥한 대규모 군사 작전을 예고한 상태다. 네타냐후 총리실은 전날 성명을 통해 "하마스를 제거하지 않고, 라파에 하마스 대대 4개를 남겨둔 상태로는 전쟁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총리실은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라파 내 가자주민들을 상대로 전투지역에서 대피할 것을 당부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7일 기습으로 1200명을 살해하고 240여명을 인질로 붙잡은 하마스를 섬멸하는 것이 이번 전쟁의 최종 목표임을 분명히 해왔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주장한 대규모 민간인 대피는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게 국제사회의 공통된 시각이다. 개전 초기 이스라엘군의 대피 명령에 따라 북부 가자시티에서 남부 라파로 가자 주민들이 이동해 라파는 현재 피란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더 남쪽으로 대피하려면 이제는 이집트로 월경해야 한다.
전쟁 초기 가자시티에서 라파로 온 레지크 살라(35)는 이날 로이터에 "사람들이 도시 구석구석을 가득 메우고 있는데 이젠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필립 라자리니 집행위원장은 "주민들이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라파는 공황 상태에 빠졌다"고 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에 따르면 가자지구 전체 피란민 193만명 중 대다수가 현재 라파에 머물고 있다. 가자지구 전체 면적의 20%에 불과한 라파에 230만 가자 인구의 80% 가량이 몰려 있는 셈이다. 노르웨이 난민위원회의 얀 에겔란트 사무총장은 "이스라엘군이 라파에 진입하면 유혈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며 "거대한 피란민 캠프에서 어떤 전쟁도 허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각국은 이스라엘군의 라파 진격에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 사메 슈크리 이집트 외교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라파에는 팔레스타인 인구가 밀집돼 있는 데다 확전 공간도 제한돼 있다"면서도 이스라엘이 피란민을 이집트로 밀어내는 행위를 결코 허용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마스는 이날 성명을 내고 "라파가 침공되면 수만명의 순교자와 부상자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셉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라파 공격은 인도주의적 재앙과 이집트와의 심각한 긴장으로 이어질 것이란 EU 회원국들의 경고를 거듭 전달한다"고 적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은 "가자 원조와 인질 구출을 위해 전투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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