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전쟁 100일…불붙은 '화약고' 중동전쟁 확전 '일촉즉발'
이-하마스 전쟁에 2만5000여명 사상, 종전 전망은 불투명
레바논으로 눈길 돌리는 이스라엘…美-이란 전면전 위기
-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중동의 화약고' 가자지구가 증오와 보복으로 촉발된 전쟁에 또다시 피로 물들었다.
지난해 10월7일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오는 14일(현지시간) 100일을 맞는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당한 이스라엘은 피의 복수를 예고하며 가자지구로 진격했고, 그 결과 가자지구 전체 인구의 1%가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다.
전쟁이 금방 끝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벌써 4달 가까이 이어지며 끝이 보이지 않고, '하마스 소탕'을 내건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있다.
이에 더해 하마스 지지를 선언한 친(親)이란 '저항의 축' 세력도 점차 개입하는 등, 중동 전역에 전쟁의 불길이 번질 조짐이 보인다.
◇'안식일 기습'과 가자지구 지상전…양측 사상자 2만5000여명
유대교 안식일이었던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대규모 로켓 공격과 대규모 지상 기습작전을 감행했다.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계속된 소요 사태와 정보당국의 안일함으로 가자지구 감시에 소홀했던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그 결과 이스라엘에서 1200명의 민간인과 군인들이 숨졌고, 약 250명이 인질로 끌려가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스라엘 남부에서 열린 한 축제에서만 시신 수백구가 발견됐으며 시신들에서 성 학대 흔적도 포착됐다.
격분한 이스라엘은 즉시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를 완전히 봉쇄하며 무차별 공습을 퍼부었다. 이후 같은 달 27일 이스라엘군은 육해공을 총동원해 가자지구로 9년만에 진격했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에 있는 약 110만명의 주민들에게 24시간 내로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통보했다. 이스라엘군은 북부를 장악한 뒤 하마스가 난민들과 함께 도망갔다며 남부에서도 작전을 펼치며 또다시 대피령을 내렸다.
궁지에 몰린 하마스는 카타르와 이집트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지난해 11월24일 일시휴전에 합의했다. 이후 휴전은 두 차례 연장돼 12월1일까지 이어졌고 이 기간 하마스는 105명의 인질을 석방했고 이스라엘도 이에 따라 팔레스타인 수감자 240명을 석방했다.
하지만 이 짧은 휴전이 끝나자 이스라엘군은 다시 작전을 재개했고 전쟁은 아직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기준 가자지구 보건부 발표에 따르면 가자지구에서는 2만3469명이 사망했고 5만9604명이 다쳤다. 이스라엘군 사망자도 187명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고 남은 130여명의 인질의 안전을 위해 이스라엘 안팎으로 휴전 요구가 빗발쳤지만 이스라엘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유엔총회는 물론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까지 나서서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유엔은 가자지구 인구의 85% 이상인 약 190만명이 피란 생활을 하고 있을 정도로 가자지구가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됐다는 보고서를 냈다.
◇레바논으로 눈길 돌리는 이스라엘…중동 확전 위기
이스라엘은 최근 가자지구에서 병력을 축소하고 하마스 수뇌부 사살과 인질 구출에 집중하는 저강도 작전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이제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와 레바논 접경지역에서 거듭 포격을 주고받았는데, 이로 인해 양국에서 수만 명의 주민들이 대피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자국군 장병들을 향해 필요시 헤즈볼라와 전쟁을 벌일 수도 있다고 발언했으며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도 "헤즈볼라와 외교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 말했다.
이에 앞서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공습해 하마스 정치국 2인자를 암살했고, 레바논 남부를 공격해 헤즈볼라 고위 지휘관 2명을 사살했다.
헤즈볼라도 이에 대응하며 이스라엘에 드론 공격과 포격을 퍼부었고, 거듭 강력한 보복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개전 이후 4번째 중동 순방에 나섰고, 백악관은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분쟁을 중재한 이력이 있는 아모스 호치스타인 미 대통령 중동 문제 보좌관도 급파했다. 하지만 별다른 소득은 아직 거두지 못한 상황이다.
한편 전쟁의 불길은 홍해로도 번지고 있다.
하마스 지지를 선언한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이 두 달째 홍해상에서 민간인 선박을 잇달아 공격하자 미국과 영국군은 지난 12일 후티를 표적 공습했다.
그동안 미국은 20여개국과 다국적 안보 구상을 창설해 후티를 견제했지만 직접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에 후티는 즉각 보복을 예고했고 후티를 지원하는 이란도 반발하며 오만만 해역에서 법원 명령에 따라 미국 유조선 세인트 니콜라스호를 나포했다.
이처럼 미국과 이란 사이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가자지구를 넘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미 아랍걸프국가연구소의 그레고리 존슨 연구원은 "미국과 영국은 후티를 경고하려는 것이겠지만 이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을 경우 다음 선택지는 뭐가 있느냐가 문제다"라며 확전 가능성을 경고했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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