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반군 공격에 글로벌 해운사들 홍해 운항 일시중단…물류 위기(종합)

후티 반군, 홍해서 연속으로 민간 선박 공격·나포
수에즈 대신 희망봉으로 우회…수천만달러 손해

영국 최대 컨테이너 항구 펠릭스토우에 위치한 독일 함부르크수드와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의 컨테이너들 2022.8.22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김성식 기자 = 최근 홍해에서 예멘 후티 반군의 민간 선박 공격과 나포 사건이 잇따르자 대형 해운사들이 해당 지역에서 항해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 2위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Maersk)와 독일의 하파그로이드는 이날 성명을 내고 당분간 홍해에서 항해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홍해 남부와 아덴만의 안보 상황이 고조되고 있는 것에 깊이 우려한다"라며 "최근 이 지역에서 발생한 상선에 대한 공격은 선원들의 안전과 보안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닐스 하우프트 하파그로이드 대변인은 이날 자사 선박 중 일부가 홍해 남부와 아덴만을 잇는 바브엘만데브해협 밖에서 잠시 정박할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예멘 해안경비대원들이 12일(현지시간) 예멘 남부 목하 마을 인근 해협에서 순찰선에 탑승하고 있다. 2023.12.12 ⓒ AFP=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HMM도 후티 반군을 피해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으로 항로를 우회하고 있으며 대만 해운사 에버그린라인도 이스라엘 화물 선적과 홍해 항로 이용을 무기한 중단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홍해 운항 중단을 결정한 글로벌 해운사는 스위스의 MSC와 프랑스의 CMA CGM, 홍콩 OOCL 등이 있다.

BBC에 따르면 이날 세계 2위 석유사인 영국의 BP도 안전 악화를 이유로 홍해 뱃길을 통한 석유 수송을 이날부로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은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시리아·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와 더불어 이란의 지원을 받는 '저항의 축'으로 꼽힌다. 2014년 수도 사나를 장악한 이후 현재까지 예멘 서부 홍해 연안 대부분 지역을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다.

지난 10월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하자 후티 반군은 하마스를 지지하며 홍해상을 지나는 이스라엘과 연계된 민간 선박을 표적 삼으며 공격하거나 나포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예멘 후티 반군이 나포된 영국이 소유하고 일본 회사가 운영하는 화물선 '갤럭시 리더'호가 예멘 알살리프 해안 인근에 멈춰있다. 2023.12.05/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문제는 후티 반군이 수에즈 운하로 향하는 홍해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와 아라비아반도 사이에 있는 홍해는 인도양과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잇는 길목에 있어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30%, 상품 무역량의 12%를 차지한다.

홍해 운항 중단을 결정한 글로벌 석유사와 해운사들은 현재 아프리카 최남단에 있는 희망봉으로 자사 선박의 뱃머리를 돌리고 있다.

수에즈 운하 대신 희망봉 항로를 택하면 유럽-아시아 항로는 약 9000㎞ 늘어나 운행 시간이 최소 7일 이상 추가된다.

이에 국제해운협회는 성명을 내고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으로 "국제 무역에 대한 매우 심각한 위협이 초래됐다"며 각국에 추가 공격을 막을 대책을 촉구했다.

결국 그동안 후티 반군 차단에 앞장섰던 미국은 홍해 안보를 위한 다국적 안보 구상인 '번영의 수호자 작전'(Operation Prosperity Guardian)을 창설한다고 이날 밝혔다.

여기엔 영국, 바레인,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세이셸, 스페인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하마스를 지지하는 예멘의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수에즈운하를 드나드는 선박 가운데 이스라엘과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선박들을 공격해 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MSC는 지난 15일 밤 라이베리아 선적의 자사 화물선 팔라티움 3호가 홍해 남단 예멘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드론 공격을 받았다면서 일부 선박이 수에즈운하가 아닌 희망봉을 돌아가는 항로를 선택한다고 밝혔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jaeha6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