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노동자들이 전쟁 중인 이스라엘행 티켓 끊는 이유는?
최악의 경제위기로 외화 벌기 위해 떠나는 스리랑카인들
태국·팔레스타인 노동자 대거 이탈하면서 이스라엘 일손 부족 현상 심화
-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으로 지역 상황이 불안함에도 불구하고 스리랑카 노동자들이 이스라엘로 외화를 벌기 위해 향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리랑카에서 슈퍼마켓 매니저인 라크나트 디아스(39)는 다음달에 이스라엘로 향할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전쟁으로 인해 불안정한 상황이지만, 10배에 가까운 임금을 받고 농장에서 일하고자 오는 12월 이스라엘로 향할 준비를 하고 있다.
디아스는 1983~2009년 스리랑카 내전을 언급하면서 자신이 분쟁 상황 속에서도 살아남은 경험이 있다고 했다. 그는 "한때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한 콜롬보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 2005년경에는 동부의 분쟁 지역에서도 근무했다"면서 "농장에서 일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스리랑카에서 높은 생활비로 인해 자신의 월급 7만2000스리랑카루피(약 28만원)로는 가족 5명을 부양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스라엘서 월급 70만스리랑카루피(약 277만원)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약 5년 동안 체류할 예정이다.
스리랑카의 암울한 경제 상황으로 이스라엘행 티켓을 끊은 노동자는 디아스 1명 만이 아니다. 스리랑카의 한 장관은 로이터에 오는 12월 초 농장·건설 부문에서 일하기 위해 이스라엘로 향하는 스리랑카 노동자가 약 2만명 정도라고 말했다.
마누샤 나나야카라 스리랑카 노동 및 외국인 고용부 장관은 이스라엘 농장에서 일하겠다는 신청서가 1만 건 이상 접수되었으며, 노동자의 안전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에는 건설 부문에 1만 명의 근로자를 추가로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의 농장은 대부분 중부와 남부에 몰려 있다. 특히 이스라엘 농장들은 대부분 태국인과 팔레스타인인 노동자들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대부분의 태국인 노동자들이 이스라엘을 떠났다. 팔레스타인인 노동자 또한 이스라엘 당국에 의해 추방되면서 이스라엘 농장들은 일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한편 이번에 파견될 예정인 스리랑카 노동자 약 2만명은 농업과 건설, 노인 돌봄 분야 등에서 일하게 된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인구 약 2200만명인 스리랑카는 최근 70년 만에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경제가 7.8% 위축됐으며, 약 250만명이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스리랑카 정부 통계에 따르면 경제 위기 이후 이주 인구가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약 31만2000명, 올해는 26만8000명이 스리랑카를 떠나 해외로 향했다. 이들은 대부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으로 이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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