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이나 다름없다"…잿더미와 죽음만 남은 가자지구
칠흑 같은 어둠…잔해 밑에서 시체 썩는 냄새
알시파 병원도 찾아…'하마스 땅굴' 보여주기도
-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지금 가자지구는 지옥이나 다름없다."
지난달 7일부터 이어진 이스라엘의 공습과 지상작전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를 본 워싱턴포스(WP)는 그 모습을 이렇게 19일(현지시간)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은 최근 가자지구 북부를 완전히 장악했다며 WP를 비롯한 국제기자단의 동행취재를 허용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약 1200명이 사망하자 한 달 넘게 가자지구를 공습하고 지상전을 펼쳐 왔다.
기자단은 이스라엘군의 지프차와 장갑차 등에 타며 이스라엘군의 호위를 받아 어둠을 뚫고 가자지구 주요 인프라를 둘러봤다.
도로는 온통 잔해로 뒤덮였고 총알 자국이 가득한 민간 차량도 포착됐다. 온전히 남아있는 건물은 찾기 힘들었고 일부는 "그저 콘크리트를 쌓아 올린 팬케이크" 같은 모양으로 철골이 삐져나온 채 주저앉았다고 WP는 전했다.
기자단이 이동하는 동안 폭발음과 전차의 진동소리, 기관총 사격 소리가 주기적으로 들렸고 잔해에 파묻힌 시체가 썩는 냄새도 곳곳에서 퍼졌다.
WP는 전쟁이 터지기 불과 몇 주 전만 하더라도 "당나귀 수레와 차량이 혼잡한 교차로에서 지나다녔고 어부들은 노점에서 그날 잡은 물고기를 팔았다"면서도 이제는 형태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고 밝혔다.
통신과 전력도 오래전에 끊겨 가자지구는 소리 없는 암흑에 빠져있었다. 이스라엘군은 운전 시에도 하마스에 발각되지 않기 위해 전조등도 끄고 어둠 속에서 움직였다.
WP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주민들을 취재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았다면서도 인기척 자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고요했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단의 최종 목적지는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의 본거지로 지목한 알시파 병원이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알시파 병원 지하에 군사 지휘본부를 두고 있다고 주장해 수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땅굴 입구를 발견했다며 이날 기자단에게 이를 짧게 보여주기도 했다.
사람 한 명이 들어갈 정도 너비의 갱도에는 지하로 이어지는 사다리가 목격됐으며 이스라엘군은 이를 하마스 군사 시설 존재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다만 현재 갱도에 어떤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지 등이 확인되지 않아 아직 진입할 단계는 아니라고 이스라엘군은 전했다.
WP는 해당 갱도 외에는 하마스의 거대 지하 본부를 규명할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이번 방문으로 이 주장이 규명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이스라엘군은 기자단에게 가자지구 진입 당시 치열하게 벌어졌던 시가전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영상에는 하마스 대원들이 이스라엘군 전차에 폭탄을 부착하는 모습과 이스라엘 병력이 건물을 향해 총을 쏘는 장면 등이 포착됐다.
이날 기자단과 동행하던 한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수백 ㎞에 달하는 하마스의 땅굴을 언급하며 "가자지구 밑에는 또 다른 가자지구가 있다"며 "똑같은 테러리스트가 한 건물에서 나와 싸우다 사라진 뒤 다른 건물에서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군은 어떻게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는지 묻자 이 관계자는 "이곳은 전쟁터다"라며 "우리는 오고 싶지 않았지만 하마스가 선택지를 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가자지구에서는 약 1만13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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