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병원 폭발 진실공방…"현장 구덩이 공습 탓으로 보기엔 작아"
외신들, 현장 동영상과 전문가 소견 종합해 보도
"미사일 고장 때문…확실한 증거는 아직 없어"
-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대규모 인명피해를 낳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병원 폭발과 관련해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수백명이 사망한 대참사라고 주장하지만 이스라엘은 또 다른 무장세력인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PIJ)의 로켓 발사 실패 탓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에 외신에서는 양측 발표와 당시 상황이 담긴 동영상과 사진, 전문가 소견 등을 종합해 진상규명에 나섰지만 아직 뚜렷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18일(현지시간) BBC와 CNN, 영국 가디언 등을 종합하면 가자시티 알아흘리 아랍 병원에서 폭발이 일어난 시점은 17일 오후 7시쯤으로 추정된다.
카타르 알자지라가 송출한 영상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59분에 한 비행체가 어둠이 깔린 가자시티 상공에서 방향을 급격히 바꾼뒤 폭발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후 지상에서 폭발음과 함께 불기둥이 솟구치는 모습이 담겼는데, 폭발이 일어난 곳은 알아흘리 병원으로, 첫 신고는 7시에서 7시20분 사이에 보고됐다.
이날 오후 7시쯤 하마스 내 군사조직 알카삼 여단은 텔레그램을 통해 가자지구 인근 이스라엘 아슈도드에 "로켓 포격"을 가했다고 밝혔고 3분 뒤에는 텔아비브를 공격했다는 글을 올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그러다 하마스는 오후 8시14분쯤 알카삼 여단이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를 R160 미사일로 공격했다고 밝힌 직후 이스라엘이 알아흘리 병원 공습으로 "끔찍한 학살"을 저질렀다는 성명을 배포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도 이 사건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규정하며 최소 471명이 사망하고 340여 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에 이스라엘군은 알아흘리 병원 폭격이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며 PIJ의 로켓 발사 실패라며 하마스 측 주장이 거짓이라고 일축했다.
폭발 이후 촬영된 현장 사진에 따르면 병원 건물은 별다른 손상은 없었고 주차장에 있던 차량 10여대가 불타고 바닥이 그을린 것으로만 나타났다.
또 이스라엘방위군(IDF)은 공습 시 일반적으로 땅에 큰 구덩이가 생겨 흔적이 남지만 현장에는 직경과 깊이가 불과 수십㎝에 불과한 작은 구덩이만 있었다며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해당 구덩이가 이스라엘군이 쓰는 탄두로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J. 안드레스 개넌 미국 벤더빌트대 조교수는 폭발 흔적이 작아 보인다며 이는 미사일 탄두로 인한 폭발이 아니라 남은 로켓 연료가 발화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BBC에 전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저스틴 브롱크 선임연구원도 현재 단계에서 확신하기 어렵다면서도 로켓의 고장난 추진부가 주차장에 떨어져 폭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미 국방부 출신 군사 전문가 마크 갈라스코는 가디언에 "현장에서 발견된 구덩이와 주변 손상 정도를 봤을 때 이스라엘이 사용하는 합동정밀직격탄(JDAM)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무기가 고장 나 탑재물이 흩어져 생겼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리스크 평가 회사 시빌라인의 수석 중동 분석가 발레리아 스쿠토는 이스라엘군의 헬파이어 미사일은 엄청난 열을 내뿜으면서도 작은 구덩이만 남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알아흘리 병원에서 발견된 화재 패턴은 헬파이어 미사일이 남기는 흔적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스쿠토는 덧붙였다.
BBC는 사건이 일어난 알아흘리 병원에 자사 기자를 보냈다면서도 확실한 증거가 될 수 있는 미사일 파편은 현장에서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IDF는 병원 폭발 당시 하마스 대원 간 대화 녹취록을 확보했다며 이를 X(구 트위터)에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이건 PIJ의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지만 진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한편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방문해 이번 폭발 사건이 "가자지구에서 테러리스트 그룹이 잘못 발사한 로켓의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옹호하는 미국 또한 책임이 있다고 비난하며 이를 부정하고 있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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