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분쟁, 요르단강 서안으로 확산되나…시위 격화에 최소 61명 사망

"팔레스타인 당국이 항의 좌절…어떻게 두 군대와 싸우겠느냐"

18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지구 라말라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가자지구 병원 폭발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는 모습. 23.10.18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가자지구의 한 병원에서 폭발이 발생해 최소 200명이 숨진 지 이틀째. 아랍 국가들에서 반(反)이스라엘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또 다른 팔레스타인 거주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웨스트뱅크)에서도 이스라엘의 공격에 항의하는 수천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이스라엘에 대한 반발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지도력에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었다.

1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WAFA통신에 따르면 PA의 행정수도인 서안지구 라말라 시내 중심가, 툴캄, 나블루스, 헤브론, 베들레헴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서안지구 남쪽 헤브론에서는 이스라엘 점령군이 도시 중심부에서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했고, 수십 명이 유독가스를 흡입해 질식했다. PA 보안군도 실탄, 최루탄, 수류탄으로 시위대를 진압하며 최소 1명이 숨지고 12명이 부상을 입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후 서안지구에서 최소 61명이 사망하고 1250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라말라에서는 보안군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보안군 장갑차에 돌과 의자를 던지기도 했다. 이날 시위에 참석한 한 남성은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중립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의 물결"이라며 "약 8만 명의 PA 장교들이 침묵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자지구 주민들은 살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위대는 하마스 군 지도자인 모하메드 데이프의 이름을 연호하며 "우리는 모하메드 데이프의 사람들"을 외쳤다. 마흐무드 압바스 PA 수반은 사임하라는 요구도 빗발쳤다.

라말라에서 시위를 지켜본 모하메드 타리피는 "도로가 폐쇄됐고, 다 막혀 있다"며 "라말라를 떠나고 싶어도 총에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인근에 있던 아부 라흐마도 "사람들은 단순히 항의를 하고 싶었지만, 팔레스타인 당국에 의해 좌절됐다"며 "우리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이다. 어떻게 두 군대와 싸울 수 있겠느냐"고 호소했다.

18일(현지시간) 서안지구 라말라에서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이스라엘 군을 향해 돌을 던지고 있다. 2023.10.19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팔레스타인 거주지인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는 각각 다른 세력이 통치하고 있다. 하마스는 지난 2006년 선거에서 승리한 뒤 가자지구를, 압바스가 이끄는 온건파 파타당은 서안지구를 장악하고 있다.

하마스와 파타당은 1967년 이스라엘이 점령한 동예루살렘, 가자지구, 서안지구 등 지역에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한다는 동일한 목표를 갖고 있지만,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장 투쟁, 파타당은 협상을 강조하며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PA를 몰아냈을 때부터 압바스는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 지지자들을 탄압해 왔다"며 "오랫동안 약속된 선거는 실시된 적이 없다. 서안지구 난민 수용소에는 절망이 더욱 깊어졌다"고 보도했다.

서안지구에 거주하는 20세의 한 청년은 영국 가디언에 "나는 팔레스타인 당국을 비난한다. 시위를 억제하기보다 허용했어야 한다"며 "우리는 가자지구 사람들을 지원해야 한다. 나는 지금 일어난 일에 너무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