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대홍수…최소 2000명 사망·5000명 실종 (종합2보)
태풍 대니얼 강타…동부 해안도시 데르나 최악 피해
탈출 못한 주민들 차 지붕서 절규…국제적 지원 시급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 홍수가 발생한 가운데,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AFP통신을 종합하면 리비아에 태풍 대니얼이 몰아치면서 홍수가 발생, 20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리비아 동부 의회가 지명한 오사마 하마드 총리는 이번 홍수로 최소 2000명 이상이 숨지고, 실종자가 5000명 이상이라고 밝혔다.
태풍 대니얼은 지난 10일 오후 리비아 동부 지역을 강타했는데, 대부분의 피해 지역은 해안 도시인 데르나에 집중됐다. 동부 리비아 정부의 하마드는 알마사르는 홍수로 인해 재난 지역으로 선포된 데르나 지역 전체가 휩쓸려 갔다면서 "수천 명의 시민이 거주하는 데르나시 전체가 바닷속으로 사라졌다"고 했다.
군의 지원을 받는 구조 대원들은 현재 피해 지역에서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 고립돼 있는 수백명의 주민들은 아직 구조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르나는 한때 이슬람국가(IS) 극단주의 문제체 의해 통제됐지만, 현재는 리비아 동부를 장악하고 있는 러시아 지원 민병대 지도자 칼리파 하프타르 지휘 아래 있다.
소셜 미디어에는 태풍 대니얼이 몰아친 이후 주민들이 차량 지붕에 올라 구조를 기다리는 모습 등이 확산하고 있다. 리비아 현지 방송에서도 건물이 무너지고 자동차가 뒤엉켜 있는 장면을 포착했다.
리비아 당국은 동부 키레나이카의 3개 지역을 재난 지역으로 선포하고 국제 지원을 요청했다. 또한 압둘 하미드 알-드베이베 총리가 이끄는 리비사 서부 정부는 임시 각료 회의에서 3일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이번 홍수 피해는 2011년 무아마르 알 카다피가 축출된 이후 정부가 2개로 분열된 리비아에 최대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리비아에 단일 통합 정부가 없으면 재앙에 대한 어떤 대응도 방해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독일 싱크탱크인 유럽외교협의회(ECFR)의 타렉 메그리시 선임연구원은 "이번 재앙은 엘리트들이 권력을 위해 경쟁하고, 실제 통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리비아의 현재 정치 시스템의 문제를 드러낸다"면서 "이런 위기의 결과는 통치 실패로 인해 배가된다"고 우려했다.
한편 리비아는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를 축출한 2011년 혁명 이후 여러 세력이 통치를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무정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2014년 이후로는 유엔과 서방이 인정한 과도정부 리비아통합정부(GNU)와 유전지대가 많은 동부를 차지하고 있는 대표자의회(HoR)로 양분됐다. 특히 세속주의 진보 성향인 HoR은 카다피 축출에 앞장섰던 칼리파 하르타르 장군이 이끄는 리비아국민군(LNA)의 지원을 받고 있다.
양측은 내전을 벌여 민간인을 포함해 10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내기도 했지만 2020년 10월에는 유엔의 중재 하에 휴전 협정에 서명했고, 선거 일정에도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 선거는 치러지지 못했고 휴전 합의 내용에 대한 상이한 해석으로 충돌이 다시 격화됐다. 이런 가운데 HoR은 지난해 2월 북부 도시 시르테에 기반을 둔 신내각(GNS)을 승인해 현재 2개의 임시 정부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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