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쿠란 소각' 시위 승인에 이슬람권 강력 반발…나토 가입 적신호(종합)

에르도안 "무슬림 모욕은 사상의 자유 아냐" 규탄
이라크 바그다드서 스웨덴 대사관 난입해 맞불 시위

이라크 망명자 살완 모미카(37)가 28일(현지시간)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한 모스크 앞에서 쿠란을 불에 태우고 밟는 시위를 벌였다. 스웨덴 당국은 '표현의 자유'라며 이를 승인했다. 2023.06.28/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박재하 기자 = 스웨덴에서 이슬람 성지순례 기간 반(反)이슬람 단체가 이슬람 경전인 쿠란을 불태우는 시위를 진행한 것과 관련해 이슬람권 국가들이 잇따라 스웨덴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특히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막고 있는 튀르키예의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까지 직접 규탄 성명을 내면서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29일(현지시간) AF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라크 망명자 살완 모미카(37)는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한 모스크 앞에서 쿠란을 불에 태우고 밟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는 이슬람 최대 종교행사인 '메카 성지순례'(하지·Hajj) 기간에 맞춰 열렸으며 스웨덴 경찰은 '표현의 자유라 막을 수 없다'며 이를 승인했다. 시위에는 200여 명이 참여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튀르키예와 이라크,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슬람권에서는 강한 반발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방송 연설에서 "우리는 오만한 서구인들에게 무슬림을 모욕하는 것은 사상의 자유가 아니라고 가르칠 것"이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스웨덴은 나토에 가입하기 위해 최근 새로운 테러법을 제정하며 튀르키예의 비위를 맞추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로 어그러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지난 1월에도 비슷한 사건으로 튀르키예와 스웨덴은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당시 덴마크 극우 정치인이 에르도안 대통령을 비난하며 쿠란을 불태웠고, 튀르키예 전역에서는 스웨덴 국기를 불태우며 항의 시위가 일어났다.

이라크 바그다드에 있는 스웨덴 대사관 앞에서 29일(현지시간) 스웨덴에서 벌어진 쿠란 소각 시위에 반대하는 맞불 시위가 이어졌다. 23.06.29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이러한 혐오스럽고 반복되는 행위는 어떠한 방식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시아파 종주국 이란의 나세르 칸아니 외무부 대변인은 "이런 정부와 국민은 이러한 모욕을 용납하지 않는다"며 "스웨덴 정부는 이와 관련해 엄중히 책임을 묻고 이런 신성모욕이 반복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라크 외무부도 "이런 사건은 전 세계 무슬림들을 자극하며 그들에 대한 위험한 도발이다"고 전했다.

이라크 바그다드에서는 맞불 시위가 이어지기도 했다. 시위대는 바그다드에 있는 스웨덴 대사관에 난입했다. 보안군의 저지로 시위는 15분 만에 끝났다.

이집트도 "무슬림들을 자극하는 불명예스러운 행위"라고 밝혔고 22개 아랍 국가의 지역기구 아랍연맹(AL)도 "이슬람 신앙의 핵심에 대한 공격"이라 비판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외무부는 "스웨덴 대사를 초치해 스웨덴이 국제적 책임을 무시하고, 사회적 가치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모로코도 항의 차원에서 주스톡홀름 대사를 자국으로 소환했고 요르단은 주암만 스웨덴 대사를 초치해 엄중히 항의했다.

쿠웨이트는 법적 책임까지 거론했다. 쿠웨이트는 "적대적 행위를 저지른 자들은 반드시 재판에 회부해야 하며, 이슬람이나 어떤 신앙에 대한 적개심을 정당화하기 위한 책략으로 자유의 원칙을 사용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아프가니스탄, 레바논, 팔레스타인, 시리아 등의 규탄 성명도 잇달았다. 5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이슬람 협력 기구는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회의를 열 방침이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