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유엔 근무'마저 금지한 탈레반에…유엔, 마지막 설득 나선다
비정부기구 내 '여성 직원 금지령'…유엔으로 확대 적용
"여성 주민에겐 여성 직원 필요"…구호사업에도 악영향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아프가니스탄 주재 유엔 대표부가 여성의 유엔 근무마저 금지한 탈레반 정권 지도자들을 만나 금지령 철회를 위한 마지막 설득에 나설 예정이다.
AFP 통신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유엔은 탈레반 정부가 앞서 비정부기구에 내린 여성 직원 배제 조치를 최근 유엔으로 확대 적용했다고 밝혔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유엔 아프가니스탄지원단(UNAMA)이 당국으로부터 사실상 여성 직원들의 유엔 근무를 금지하는 명령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두자릭 대변인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러한 조치가 아프간 전역에 적용된다는 것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아직 서면 지시를 받지는 못했지만 "내일 카불에서 탈레반 당국자를 만나 명확한 입장을 듣겠다"고 말했다.
탈레반 정부는 지난해 12월 자국 여성이 국내외 비정부기구에서 일하는 것을 전면 금지했지만 유엔만큼은 예외를 인정했다. 그럼에도 로자 오툰바예바 유엔 아프간지원단장은 지난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탈레반의 여성 근무 금지령이 유엔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불과 한 달 만에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되자 유엔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두자릭 대변인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상상조차 못했다"며 "그러한 금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아울러 두자릭 대변인은 "유엔 인명구호에 여성 직원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 직원 없이 인도적 지원물품을 어떻게 전달할지 상상하기 매우 어렵다. 사회문화적 배경을 고려할 때 여성을 지원할 여성이 분명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금지령이 발표되자 일부 비정부기구는 항의 차원에서 아프간 내 구호사업을 중단했고 이로 인해 현지 식량 사정은 더욱 악화했다. 현지 원조단체들은 3800만명의 아프간 주민들 중 최소 절반이 굶주림에 직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국인 구호요원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여성 직원 금지령이 유엔으로 확대될 경우 파장은 이보다 더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여성 직원들은 여성 수혜자들을 제대로 식별할 수 있다"며 "유엔에도 금지령이 떨어지면 구호사업도 더욱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약 600명의 여성 유엔 직원이 아프간에서 근무 중이며 이 중 400명은 현지 여성이다. 전체 아프간 주재 유엔 인력은 3900명이며 아프간 국적자는 3300명이다.
아프간과 파키스탄 등지에서 활동해 온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탈레반은 지난 2021년 미군이 철수한 수도 카불을 점령함으로써 20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했다.
정권을 탈환한 탈레반은 이슬람 원리주의를 기반으로 여성의 사회활동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여성을 아프간 공직에서 제외하고 대학 교육의 기회를 박탈했다. 또한 공공장소에서 부르카를 착용하도록 강제하고 남성 보호자 없는 장거리 여행을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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