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 이란-사우디, 관계복원 합의에 예멘·시리아 내전 종식 기대감
단교 7년 만에 정상화 합의…시리아와 예멘 등에서 양국 간접 대결
"예멘 사태 관련 사우디, 이란에서 양보 받은 뒤 관계 개선 합의했을 것"
- 이유진 기자
(서울=뉴스1) 이유진 기자 = 중동의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 맹주 이란이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10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합의한 것은 중동 전역 그리고 이 지역을 넘어서 외교안보 지형에 영향에 끼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전 세계 외교가를 놀라게 한 이번 발표는 중국에서 양측 정부 인사들이 나흘 간 회담을 벌인 뒤 나왔다. 또한 이란과 사우디 정부는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두 달 안에 외교 관계를 복원하고 상대국에 대사관을 다시 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의장과 사우디의 무사드 빈 무함마드 알아이반 국가안보보좌관이 서명한 10일 협정에는 양국이 2001년 체결한 안보 협력 협정과 무역·경제·투자에 관한 합의를 다시 활성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의 관계 정상화는 지난 2016년 사우디가 이란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시아파 성직자를 처형한 사건으로 외교 관계가 끊긴 지 7년 만에 이뤄졌다.
사우디는 2016년 1월 자국 출신 시아파 종교 지도자 셰이크 님르 알 님르를 반정부 시위 및 테러 주도 혐의로 처형했고 이에 이란의 강경 보수파의 과격 시위대가 사우디 대사관과 총영사관을 공격하자 이란과 관계를 끊었다.
이후, 수니파와 시아파가 이끄는 이웃 국가들 사이의 긴장은 여러 차례 고조됐다. 양측은 서로를 역내에서 지배를 추구하는 위협적인 세력으로 간주하면서 레바논과 시리아, 이라크, 예멘 등에서 대립했다.
예멘의 경우, 이란은 2014년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정부를 몰아낸 시아파 후티 반군을 지원해왔고, 사우디는 2015년부터 후티 반군을 상대로 한 공습을 주도했다. 사우디는 또한 자국에 대한 후티 반군의 공격을 이란이 지원한다고 비난해왔다.
사우디 주요 석유시설이 2019년에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받아 생산 차질을 빚었는데, 당시 사우디와 미국은 이란이 공격 배후라고 주장했다.
이날 사우디와 이란 간 합의로 예멘 내전은 종식 가능성이 높아졌다. AFP에 따르면 약 일년 전에 발표된 휴전은 지난해 10월 종료됐지만 최근 수주 간 사우디와 후티 반군 간 회담이 진행되는 가운데 사우디가 일부 전투에서 빠지는 합의가 마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예멘 사태에 대한 이란의 개입과 관련해 사우디는 이란 측으르부터 양보를 받은 뒤 관계 개선에 합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아랍걸프국가연구소(AGSI)의 후세인 이비시 박사는 "이란이 예멘 내 동맹국들에 분쟁 종식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압력을 가해야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또한 사우디는 이란과 관계를 개선하고 잠재적으로 예멘 내전에서 물러나면서 카타르와 튀르키예와의 최근 화해 노력을 포함해 광범위한 외교적 행보를 지속할 수 있다고 AFP는 진단했다.
10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시리아 사태도 긍정적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미국 싱크탱크 센추리재단의 시리아 전문가 아론 룬드는 사우디의 외교적 행보는 시리아의 지역 재통합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이란 간 친밀한 관계 때문에 사우디는 이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룬드는 "이런 것들이 연결돼 있는지 현 시점에서 명확하지는 않지만 사우디와 이란 간 반목이 낮아지면 사우디-시리아 간 화해의 문턱이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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