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견제위해 사우디·미국·이스라엘 뭉치나…중동 재편 가능성-NYT

"양국 수교로 이스라엘은 이란 견제, 미국은 영향력 확대"
미 의회의 반대, 사우디 국민들 정서가 장애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중동 순방에 나서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대가로 미국의 안전 보장, 민간 핵 프로그램 개발 지원, 미국의 무기 판매 제한 감소를 요구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사안에 정통한 사람들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며 "이 거래가 성사된다면 중동의 정치적 재편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NYT에 따르면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수교 조건으로 미국에 우라늄 농축 시설과 핵연료 기술 등 민간 핵 계획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수십년간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수교는 거론만 되어왔다. 미국을 중심으로는 각각 우호적인 관계지만 아랍 국가인 사우디와 팔레스타인과 분쟁 상태인 이스라엘과 좋은 관계이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아랍 일부 국가들과 이스라엘 사이에 훈풍이 불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중재해 양국의 수교가 성사될 경우 이스라엘은 최대의 적인 이란에 대한 안보를 확보할 수 있고, 미국 역시 이란의 영향력에 대항할 수 있게 된다.

미국과 중동의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냉랭한 관계를 고려할 때 이 제안이 실현될지에는 의견이 분분했다.

게다가 최근 우파 정권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 무력 충돌도 격해져서 사우디는 이스라엘의 행동에 대해 거듭 공개적으로 비난한 상황이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마틴 인디크는 "여러 가지 이유로 흥미롭다"면서 "네타냐후 총리는 사우디와의 국교 정상화를 간절히 바란다. 그런데 (이-팔 폭력 상황은) 미국이 네타냐후에게 그렇게 자꾸 분쟁을 만들면 사우디와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없다고 설득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미국 역시 이란을 생각하면 양국 간의 완전한 정상화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으로 볼 것이라고 인디크 전 대사는 덧붙였다.

2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軍)이 요르단 강 서안 제닌 인근 카프르 단 마을의 한 주택을 공격하고 있다. 해당 주택은 이스라엘군을 공격한 팔레스타인의 아마드 아베드 소유로 알려져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하지만 그럼에도 장애물들이 몇가지 있다고 NYT는 전했다. 우선 최근 많은 민주당 의원들이 사우디와의 관계를 격하하라고 압박하고 있기에 의회의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간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를 비판하고 관계 재설정을 다짐했는데 이를 뒤집을 수는 없지 않냐는 것이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9일 이탈리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외교 정상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와 사우디 간의 평화협정이 팔레스타인과의 합의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한다"고까지 말했다. 하지만 한 사우디 관리는 이스라엘과의 외교 정상화는 여전히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이 전제라고 말했다.

그런데 겉으로는 정색을 하지만 사우디는 비공식적으로는 자신들의 뜻을 전달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관리들에게 자신들의 생각을 밝힌 뒤 사우디 고위층은 10월 리야드를 방문한 친이스라엘 싱크탱크인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 회원 등을 포함해 정책 전문가들에게 자신들의 뜻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특히 사우디의 고위 지도자들은 사우디의 안보 우려에 대한 미국의 무관심을 신랄하게 지적했다. NYT는 매우 고위직인 한 관리가 정상화에 대한 조건을 말해 방문단을 놀라게 했다고 당시 방문자의 보고서를 인용해 전했다.

일부 전문가는 사우디의 제안이 '수사'(rhetoric) 뿐일 수도 있다고 보기도 한다. 이스라엘이 원하는 합의를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하게 해 둘 사이를 껄끄럽게 만드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치적 영향력이 큰 미국내 유대교 단체들이 실망해 돌아서게 된다.

사우디의 정책 연구원인 압둘아지즈 알가시안은 사우디 관리들이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불만을 고려할 때 바이든 재임 동안 실제로 그의 주요 치적이 될 이 일을 추진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NYT는 이스라엘과의 외교 정상화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빈살만 왕세자가 국가 이익을 위해 전통을 깨는 실용주의자로 부상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사우디 통신(SPA)이 발간한 녹취록에 따르면, 왕세자는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스라엘을 적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잠재적인 동맹국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분석가들은 그럼에도 사우디 정부가 팔레스타인 문제를 무시하고 이스라엘과 좋게 지내기에는 일반 국민들의 반 이스라엘 정서를 무시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어차피 비밀리에 이스라엘로부터 원하는 것(정보 공유, 최첨단 스파이웨어)을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그런 실익이 없는 일에 사우디 지도자가 나설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