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붕괴·인플레에 지진까지…튀르키예 GDP 2% 축소될듯
2020년 6.7지진 때 6억 달러 비용 들어…이번엔 10억 넘을 듯
보험가입률 올라가던 와중이지만 재보험은 취약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가뜩이나 경제 위기에 몰린 튀르키예가 규모 7.8 강진 여파로 경제 상황이 더욱 암울해질 것으로 보인다. 많은 국민들이 음식물을 살 여유가 없는데 국내총생산(GDP) 규모까지 일부 쪼그라들게 되었다.
6일(현지시간) 미국 인터넷매체 복스(Vox)에 따르면 튀르키예는 통화 가치가 붕괴하고 지난해 약 25년 만에 최고치인 약 80%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기록했다. 지난해 여름에 나온 한 여론조사에서는 조사 대상자의 거의 70%가 음식을 살 여유가 없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고공행진은 수년 동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금리를 낮게 유지하는 정책을 펴서 중앙은행이 과열된 경제를 식힐 도구가 없어진 탓이었다. 지진의 경제적 비용은 완전히 명확하지 않지만,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지진 피해가 최악의 경우 튀르키예 GDP의 약 2%일 수 있다고 추정한다.
USGS 보고는 이번 피해가 10억달러(약 1조2600억원)~100억 달러 사이일 것으로 본다. 튀르키예의 GDP 중 2%가 최대 피해액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튀르키예 부통령의 성명에 따르면 튀르키예에서만 1700개 이상의 건물이 손상되거나 파괴된 것으로 보고되며, 일부 도시는 특히 심각한 영향을 받았다.
100만명 이상의 인구를 가진 도시인 카라만마라스도 큰 피해를 입었고, 말라티아, 하야트 지역과 보고서에 따르면 붕괴된 건물의 영향을 크게 받은 주요 도시는 최대 10개에 달한다고 한다.
재보험 중개업자 갤러거 리의 최고 과학 책임자인 스티브 보웬은 2020년 1월 같은 지역에서 규모 6.7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약 6억 달러의 비용이 들었다고 말했다.
튀르키예의 보험침투율(Insurance penetration)은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한 나라의 보험 개발 수준을 보여주는 이 지표는 특정 해의 GDP 대비 총 보험 프리미엄 비율로 계산한다. 이 수치가 높으면 보험 산업이 개발되었다는 의미로, 많은 인구가 보험에 가입되어 있음을 말한다. 하지만 이번 지진에 대해서는 재보험 산업 규모가 작기에 재보험 자본이 위태로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보험은 보험계약의 위험성을 분산시키기 위해 보험사가 드는 보험이다. 보험자가 혼자 전부 부담하기 어려운 다액의 계약 등일 경우 위험의 일부를 다른 보험자에게 전가하기 위해 재보험을 든다.
튀르키예 재난 보험 풀(TCIP)은 강제 지진 보험을 대중에게 제공하는 공공 기관으로, 최소한의 보장 수준을 상당히 광범위하게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 TPIC는 2021년 11월 25억달러 규모를 청구할 수 있도록 재보험을 갱신했는데 주로 뮌헨리와 스위스리와의 계약이었다.
재보험은 지난해 4분기에 갱신되었는데 USGS는 상세한 정보는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제적 피해가 10억 달러 선을 넘을 경우 TCIP가 이번 지진으로 인한 배상 청구에 대한 재보험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지진이 강타한 지역은 특히 시리아 내전을 피해 도망치거나 추방된 이들 수백만명이 사는 곳이다. 가뜩이나 시리아 내전과 경제 파탄, 인도주의 위기, 공중 보건 위기로 얼룩진 곳에 지진까지 덮친 셈이다.
이날 시리아 국경과 인접한 튀르키예 남동부 가지안테프와 중남부 카흐라만마라슈 지역에서 현지시간으로 새벽 4시17분(한국시간 오전 10시17분)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후 현지시간으로 오후 1시24분 튀르키예 카흐라만마라슈 북북동쪽 59km 지점에서 규모 7.5의 여진까지 발생했다. 현재까지 사망자는 5000명에 육박한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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