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문지기' 에르도안, 스웨덴 총리에 "우리 안보우려 들어달라"

테러단체로 간주하는 쿠르드족 추방 및 인도 요구
스웨덴 의회, 다음 주 테러방지법 강화 위한 개헌안 표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오른쪽)이 앙카라 대통령궁으로 찾아온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스웨덴과 핀란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결정권을 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신임 총리를 앙카라로 맞아들였다.

나토에 가입하려면 30개 회원국의 만장일치가 필요한데, 튀르키예는 유일하게 두 나라의 가입 승인을 미루면서 안보 요구사항을 내놓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크리스테르손 총리에게 "우린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진심으로 바란다"면서도 "우리가 나토의 안보 우려를 이해하듯, 스웨덴도 우리 안보 우려에 대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튀르키예의 안보 우려란 쿠르드족 문제를 말한다.

튀르키예는 쿠르드족 무장세력인 쿠르드노동자당(PKK) 세력을 테러집단이자 최대 안보 위협으로 규정한다.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 반대 사유로 그들이 PKK를 옹호하고 그들에게 도피처를 제공한다는 이유를 들기도 했다. 스웨덴 의회에는 쿠르드계 의원 6명이 진출해 있다.

스웨덴 의회는 다음 주 튀르키예의 핵심 요구인 테러방지법 강화를 가능하게 하는 헌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스웨덴 의회는 성명을 내고 헌법 개정을 통해 '테러 관련단체의 결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새로운 법 도입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오는 16일에 표결을 실시한다고 알렸다.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만남이 생산적이었다면서 "테러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모든 의무를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안보에 경각심을 갖게 된 스웨덴과 핀란드는 오랜 중립국 지위를 포기하고 나토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튀르키예가 나토의 수문장 노릇을 하며 협상을 질질 끌자 나토 회원국 사이에서는 튀르키예가 단합을 해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주 앙카라를 방문해 스웨덴과 핀란드의 가입 승인을 압박하며 "러시아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미 스웨덴이 튀르키예 측이 요구한 '테러 용의자의 추방'과 '범죄인 인도 요구' 등의 측면에서 합의를 이룬 점을 언급했다.

튀르키예는 지난 6월 스웨덴과 핀란드에 범죄인 인도 희망자들의 명단을 제공했다. 이후 스웨덴은 사기죄 혐의를 받고 있는 1명의 송환을 허용했지만, 원칙적으로는 범죄인 인도 결정이 자국 법원에 의해 내려진다는 입장을 냈다.

한때 스웨덴은 시리안 내 쿠르드족 무장조직인 인민수비대(YPG)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으나, 크리스테르손 총리를 필두로 한 우파 연합이 집권하면서 쿠르드족과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튀르키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서 균형적인 입장을 취하려 하고 있다.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는 동참하지 않으면서 러시아제 미사일 방어체계를 수입하는 한편 우크라이나에는 전투용 드론을 공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내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다. 유럽의 한 외교 소식통은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이 그의 정략적 판단에 달려 있다며 "(새 회원국을) 받아들이는 게 정치적·군사적 이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할지, 아니면 현재 노선을 고수하는 게 재선 캠페인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지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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