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령' 맞은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EU "이번 주 회담 열릴 수도"

EU, 미·이란 양측에 '최종안' 제시…이란은 15일 응답·미국은 아직 미응답
조셉 보렐 EU 외교 "지난주 회담 예정했지만 불발"

지난해 4월 6일(현지시간) 이란 핵합의 복원 회담이 열린 오스트리아 빈의 그랜드 호텔 주변을 경찰들이 경비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조셉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22일(현지시간) 이란 핵합의(JCPOA) 복원 협상의 추가 회담이 이번 주중 열릴 수 있다고 밝혔다.

AFP 통신에 따르면 보렐 대표는 이날 스페인 산탄데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주 말쯤 비엔나(오스트리아 빈)에서 회의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불발됐다"며 "이번 주중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의 핵 개발 중단 시 제재 해제를 약속한 JCPOA는 2015년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타결됐지만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탈퇴하면서 표류했다.

조 바이든 정부 들어 작년 4월부터 오스트리아 빈에서 미국과 이란의 동시 복귀를 위한 로드맵 마련 협상, 이른바 '빈 회담'이 진행돼왔다.

미국과 이란 외 당사국인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유엔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이 참여하고, 합의 결렬에 책임이 있는 미국은 EU의 중재에 따른 간접대화로 협상에 참여해왔다.

현재 협상 단계는 합의 타결과 장기 교착 사이 갈림길에 선 것으로 관측된다. EU 측은 그간 협상 내용을 정리해 최종안을 각 당사국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답변을 이란 측은 지난 15일 EU에 보냈고, 미국 역시 비공개로 EU와 접촉해 자국 입장을 설명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이란은 3대 쟁점 중 1가지를 양보한 것으로 알려져 합의 타결 기대감도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조셉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보렐 대표는 "협상은 갈 데까지 갔으며 이제 변곡점에 있다"고 설명했다. 최종안을 두고 이란과 미국을 중재한 과정에 대해 "미국에 전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이는 이란의 반응이 있었다"고 했다.

다만 그는 "미국은 아직 공식 답변을 하진 않았다"며 "우리는 그들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고, 그 응답이 우리의 협상을 끝맺음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건 바람일 뿐, 장담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보렐 대표가 언급한 '미국에 전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이는 이란의 반응'과 관련, 앞서 CNN은 지난 19일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 측이 '레드라인'으로 관철을 주장해온 요구사항 하나를 공식 철회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1년 넘는 협상 끝에 이란과 미국이 막판까지 대립 중인 굵직한 쟁점으로는 △미 국무부의 이란혁명수비대(IRGC) 테러조직 지정 및 제재 철회 △미국의 탈퇴 번복시 징벌적 메커니즘과 제재 복원 재발 방지 보장 △지난 3년간 이뤄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이란 원자력 시설 사찰 중단 등 3가지가 있다.

이 중 첫 번째를 이란이 공식 철회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시기 미 국무부는 2018년 JCPOA 탈퇴 이듬해인 2019년 IRGC를 테러단체로 지정하고 제재해왔다.

이란의 양보로 이제 공이 미국으로 넘어간 가운데, 앞으로의 전망과 관련해 CNN은 미 행정부 당국자를 인용, "2주 전보다는 합의에 다가섰지만, 일부 이견이 남아 있어 결과는 불확실하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 안보 이익에 부합하는 합의만 승인할 것"이라고 전했다.

남은 쟁점 중 하나인 탈퇴 및 제재 복원 재발 방지 보장 관련, 바이든 정부는 차기 대통령의 결정까지 통제할 순 없다는 점을 들어 타협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재가 복원되더라도 일정 기한을 두고 단계적으로 복원해 충격을 완화하는 등의 시나리오다.

현재 미국은 각 정부 부처 전문가들과 논의해 EU의 최종안과 이란의 답변 관련, 답변서를 준비 중이라고 CNN은 전했다.

민간위성기업 막서테크놀로지가 촬영한 이란 나탄즈 핵시설 사진. 202. 1. 8. ⓒ AFP=뉴스1

미국의 JCPOA 복귀는 이란 및 유럽 당사국 외에도, 미국과 관계가 긴밀한 다른 중동 국가들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우선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으로서 시아파 맹주 이란과 대립해왔는데, 2015년 JCPOA 타결은 미국과 사우디 관계 악화의 중요한 시작점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 실세 모하메드 빈살만 왕세자의 인권 유린을 문제 삼아 사우디와 멀어지는 듯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사우디와의 동맹이 다시 중요해진 측면이 있다.

이스라엘도 이란을 역내 최대 적국으로 여겨온 만큼 이번 협상을 주시 중이다.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통화하고 JCPOA 견제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협상 내용은 JCPOA 원안 수준을 훌쩍 넘으며, 이대로 합의 타결 시 이란의 테러 네트워크에 상당한 투자가 유입돼 이란 군을 강화하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는 게 이스라엘의 우려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스라엘과 대립하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지원하고 있다.

한편 이란은 미국의 탈퇴 이후 우라늄 농축 순도를 무기급(90%)에 가까운 60%까지 상향하며 반발해왔다. JCPOA에서 제한한 순도는 3.67%다.

우리정부도 JCPOA 복원 협상을 주시 중인데, 합의 결렬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이란 제재 복원에 따라 70억 달러 상당의 이란 석유 대금 잔액이 국내 은행 2곳에 동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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