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방송 "남편에 맞았을 때 이렇게"…논란에 사과
- 정은지 기자
(서울=뉴스1) 정은지 기자 = 가정폭력의 상처를 가리는 화장법을 소개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모로코 공영 방송사가 재차 사과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모로코 국영방송인 채널 2M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오전 방송된 매거진 프로인 사바히얏(Sabahiyate)을 통해 여성들이 가정 폭력으로 상처가 생겼을 때 사용할 수 있는 화장법을 소개했다.
관련 내용이 전파를 탄 날은 공교롭게도 여성 폭력 근절을 위한 '국제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을 불과 이틀 앞둔 날이었다.
논란이 된 방송에는 눈에 시퍼런 멍이 든 모델이 등장한다. 이에 진행자는 오렌지 색깔과 노란색의 컨실러를 각각 바른 후 파운데이션으로 바르면 된다고 소개한다.
그러면서 "일상 생활을 계속하고 일할 수 있도록 도움이 필요한 여성들에게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방송 직후 이 내용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웹사이트에 관련 동영상이 게시된 후 SNS를 중심으로 파장이 일었다.
누리꾼들은 "2M 채널이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상처 입은 여성의 화장법을 소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비꼬았다.
또 다른 사용자는 "멍이 들어도 문제 없다. 왜냐하면 마법같은 제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방송사 측은 성명을 통해 "완전히 부적절한 방송"이라며 "이번 잘못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비판 여론이 끊이지 않자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동영상을 발표하고 "우리는 항상 여성들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그들의 권리 보장을 마음에 두고 있다"며 이번 방송은 판단 오류에 따른 결과로 방송을 내보낸 데 대해 재차 사과했다.
한편 휴먼라이트워치(HRW)에 따르면 북아프리카 국가에서 여성 폭력은 일반적인 현상으로 꼽힌다.
2009-2010년 모로코 여성의 3분의 2가 신체적, 정신적, 성적 또는 경제적 학대를 겪었으며 이 가운데 55%는 가정 폭력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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