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이라크 시위대, 의회 6시간 점거…비상사태 선포

(종합)신임내각 표결 지연에 분노…"부패 척결, 정치개혁" 요구

이라크 의회의사당을 점거한 시아파 시위대. ⓒ AFP=뉴스1

(서울=뉴스1) 정이나 기자 = 이라크의 강경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사다르를 지지하는 대규모 시위대가 30일(현지시간) 의회 의사당에 난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이라크 정치계가 부패로 가득하다고 주장하는 한편 신임내각 표결을 지체하는 의회에 강하게 반발하며 몇 달째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대는 바그다드 시내 해외공관과 총리 관저, 대통령궁 등이 위치한 특별경계구역인 그린존을 둘러싼 콘크리트 차단벽을 허물거나 넘어 의회로 진입했다.

반정부 시위대가 그린존 안까지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린존은 지난 13년동안 일반 대중에 출입이 제한된 지역이었다.

시위대가 차단벽까지 넘는 등 시위가 격화하는 양상을 보이자 이라크 안보당국은 바그다드 전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시위대 내부에서 "평화적으로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들려오기도 했지만 일부는 청사건물을 휩쓸거나 사무실까지 점거했다.

대피하는 의원들을 저지하기 위해 그린존 출구로 이어지는 길목을 막거나 의원들의 차량을 파손하는 사태도 빚어졌다.

사드르는 "오늘 사람들은 혁명을 외쳤다"며 "부패의 재에서 새로 태어난 이라크를 역사가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는 군경이 투입돼 최루탄을 발포하기도 했지만 폭력사태나 큰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시위대는 의회 점거 약 6시간만에 해산했다.

의사당에서 철수한 이라크 시위대가 인근 도로에서 계속해서 농성을 벌였다. ⓒ AFP=뉴스1

하이데르 알 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성명을 통해 "바그다드가 보안군의 통제 아래 있다"면서 시위대에도 "지정된 집회 장소로 돌아가라"고 촉구했다.

의회에서 철수한 시위대는 의회 밖 이티팔라트 광장에서 연좌농성을 벌였다.

시위대의 그린존 점거는 사드르가 시아파 성지인 나자프에서 현 정국을 비판하는 연설을 끝마친 직후 벌어졌다.

사드르는 지난달에도 지지자들을 동원해 그린존을 점거하겠다고 위협했지만 이날 연설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그린존 진입을 직접적으로 지시하지는 않았다.

사드르는 연설에서 정치인들이 "부패를 끝내기를 거부하고 있다"며 "정당할당제가 있는 한 그 어떤 정치 과정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라크의 주요 관직은 정당과 종파에 따라 배분되고 있는데 사드르와 그의 지지자들은 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바디 총리는 부패 청산과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대 의견을 받아들여 순수 관료 출신으로 구성된 신임 내각 명단을 3월 발표했지만 수니파와 시아파, 쿠르드 등 의회내 종파간 의견이 분열돼 승인이 지체되고 있다.

30일로 예정됐던 신임내각 표결도 의회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아 표결이 또다시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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