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는 테러"…베네수엘라 '마두로 3기' 공포정치 서막

야권 지도자 납치…군중 무차별 진압 예고
"이제 야당과 협상조차 안해"…독재 그림자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열린 대선 결과를 축하하는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4.08.28 ⓒ 로이터=뉴스1 ⓒ News1 유수연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부정선거 의혹을 받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3기 취임식을 앞두면서 25년간 이어진 좌파 독재의 그림자가 더욱 짙어지고 있다.

마두로 정부는 취임식에 앞서 야권 운동가들을 무차별 체포하고 취임 반대 시위 참가 예정자를 미리 '테러리스트'라 지칭하며 강경 진압을 예고하는 등 가혹한 정책을 일삼는 모양새다.

이에 국제사회는 마두로 대통령을 규탄하며 제재에 나섰지만 마두로 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해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에서 마두로 대통령을 누르고 실제로 승리했다고 주장해 온 야당의 에드문도 곤살레스는 이날 마두로 대통령의 3연임 취임식을 앞두고 귀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법무·평화부장관은 곤살레스를 향해 "우리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라며 그가 귀국하는 즉시 체포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곤살레스와 야권은 당시 대선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언하자 자체적으로 확보한 개표 결과를 근거로 삼아 마두로 대통령이 부정선거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에 마두로 대통령이 장악한 법원이 곤살레스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하자 곤살레스는 지난해 9월 스페인으로 망명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베네수엘라 곳곳에서는 야권과 시민단체에서 주최한 마두로 대통령 취임 반대 시위가 열렸다.

당국의 체포 우려로 은신 중이었던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이날 시위에 참여해 "우리는 두렵지 않다"라며 "베네수엘라는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지지자들을 독려했다.

하지만 마차도 측은 그가 집회를 마치고 나서는 길에 당국에 의해 납치됐다가 약 1시간 뒤 풀려났다고 주장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러한 주장이 '가짜 뉴스'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국제사회는 마차도의 납치 사건과 관련해 "심각하게 우려된다"라며 강력히 비판했지만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에 침묵하고 있다.

이에 앞서 중도 좌파 야당인 인민의지당은 마두로 정부가 전국적으로 최소 19명을 구금했다고 밝혔다. 이중에는 곤살레스의 사위와 언론단체 대표 카를로스 코레아 등의 저명 언론 자유 운동가와 유명한 야당 인사들이 포함됐다.

이러한 마두로 정부의 행태에 전문가들은 "권위주의를 넘어 독재 정권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존 폴가 헤시모비치 미 해군사관학교 교수는 "이제는 협상이나 합의 도출, 야당에 손을 내밀려는 시늉조차 하지 않는 것 같다"라며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거부 행위"라고 꼬집었다.

마르셀 디르수스 독일 킬 대학 안보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권이 몰락한 사실을 언급하며 "마두로 정부는 지금 안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향후 정권을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독재 정권의 안정은 종종 신기루 같다"고 지적했다.

jaeha6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