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난·경제난에 시달리는 와중에…허리케인 '오스카' 쿠바 상륙

쿠바 최대 화력발전소 마비…수도 아바나 대부분은 정전상태
쿠바 정부 '에너지 비상사태' 선포…"전력난은 미국 금수조치 탓"

20일(현지시간) 대규모 정전을 겪고 있는 쿠바 아바나 시내 거리의 불이 꺼진 모습. 2024.10.20 ⓒ AFP=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1급 허리케인 '오스카'가 전국적인 정전을 겪고 있는 쿠바에 상륙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오스카는 20일(현지시간) 오후 5시 50분쯤 쿠바 동부에 상륙했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에 따르면, 오스카의 최대 풍속은 시속 130㎞에 달했으며 시속 11㎞의 속도로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쿠바 주민들은 전국적인 정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오스카로 인해 주민들의 고통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쿠바의 화력 발전소 8곳 중 가장 큰 발전소가 예상치 못하게 가동을 멈추면서 쿠바 전역의 전력망이 마비됐다.

쿠바 국영 전력회사 UNE는 이날 밤 발전소를 재가동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쿠바 매체인 쿠바데바테에 따르면 19일 오전 "전력망의 완전하고 새로운 단절"이 발생했다.

비센테 데라오 레비 쿠바 에너지광업부 장관은 20일 기자들에게 21일 밤까지 전력망이 대부분 복구될 것이며 22일까지는 완전히 복구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비상 발전기나 예비 전력을 갖춘 호텔, 병원 및 일부 소수의 주택을 제외한 수도 아바나의 대부분 지역은 여전히 정전 상태다. 아바나에서 일하는 기계공인 라파엘 카릴로(41)는 정전으로 인해 대중교통 수단이 없어져 5㎞를 걸어야 했다며 "전기가 언제 돌아올지는 신만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전은 일부 지역에서 하루 최대 20시간까지 이어진 몇주간의 정전 사태 이후 발생한 것이다.

이에 마누엘 마레로 쿠바 총리는 지난 17일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택에 대한 전력 공급을 우선시하기 위해 비필수 공공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20일 "정부는 정전 중 공공질서를 어지럽히려고 시도한 자에 대해 엄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를 초래한 연료 수급난은 미국의 금수 조치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쿠바에서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강화된 금수 조치와 경제 제재, 코로나19로 침체된 관광 업계, 잘못된 경제정책 등으로 인해 2021년 152%에 달할 정도로 높은 물가상승률과 필수품 부족, 전력난 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1년 7월에는 대규모 정전으로 인해 쿠바인들이 시위를 벌이다 1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다치기도 했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