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아르헨서 예산증액 거부돼…대학생들, 거리 강의로 항의
학생들은 책상 들고 나와서 수업…교수도 도심 소음속 강의
밀레이, 공립대학 예산 증액·교직원 봉급 인상 법안 거부권 행사
-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공립대학 예산 증액 법안을 거부하자 대학생과 교수들이 항의의 표시로 거리에서 수업하는 일이 발생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대학의 문학과 학생들은 도시 중심지 거리에서 책상을 들고 나와 수업을 들었다. 교수들도 교통 소음 속에서 큰 목소리로 강의를 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대학은 노벨상 수상자 5명과 대통령 17명을 배출한 아르헨티나 최고 명문대다.
법학, 의학, 철학, 경제학, 과학 및 사회과학 계열 학생들도 모두 야외에서 수업을 들었다.
아르헨티나 대학 강사 노조도 이날 24시간 파업에 들어갔으며 48시간 파업도 예고했다.
지난 3일 밀레이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상원이 승인한 공립대학 예산 증액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법은 예산 증액뿐만 아니라 대학 강사들과 직원들이 연간 물가상승률이 209%에 달하는 경제 상황 속에서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봉급을 인상하는 내용도 담고 있었다. 아르헨티나 하원은 지난 9일 거부권 행사를 뒤집는 데 실패했다.
경제학자 출신으로 지난해 12월 취임한 밀레이 대통령은 국가채무 불이행 사태를 9번이나 겪을 정도로 불안정한 아르헨티나 경제의 가장 큰 문제가 재정 적자라고 주장하며 파격적인 정부조직 축소와 예산 삭감을 공약한 인물이다. 그는 16일 상원의 법안이 그의 '적자 제로' 재정정책을 망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상원은 예산 증액분이 아르헨티나 국내총생산(GDP)의 0.14%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또한 아르헨티나에서 고등교육을 받는 국민의 80%는 공립대학에 다니는 만큼 밀레이 대통령의 예산 증액 거부가 전체적인 대학 교육의 질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gw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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