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단에 가뭄·화재까지…고통받는 에콰도르 "불행만 쌓여가"
24개주 중 20개주 "가뭄 적색 경보"…올해 산불만 3300건
지난 5년간 살인율 8배 ↑…주민들 "벌받는 느낌"
-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극심한 범죄에 시달리는 에콰도르 수도 키토가 가뭄으로 인한 물부족과 화재까지 겹쳐 더욱 고통받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 24일(현지시간) 키토의 동쪽 외곽 지역에서 화재가 5건이나 발생했다. 현지 소방당국은 2000명의 소방관, 군인, 구조대를 투입했지만 일부 화재는 이튿날까지 계속됐고, 이에 따라 6명이 다치고 100가구가 대피했다. 현지 경찰은 5건 중 1건의 화재를 고의로 일으킨 한 남성을 체포했다.
이번 화재는 3개월 이상 거의 비가 오지 않을 정도로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는 가운데 발생해 피해가 더 컸다. 에콰도르의 24개 주에서 20개 주는 가뭄으로 인해 적색경보를 내린 상태다.
에콰도르는 올해 들어 3300건의 산불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3만 8000헥타르의 산림과 초목이 불탔다.
가뭄으로 인한 피해는 에콰도르 경제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수력 발전에 크게 의존하는 에콰도르는 가뭄으로 인해 전력난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에콰도르 정부는 하루 최대 12시간 동안 정전을 실시하고 있다. 전력 공급이 1시간 중단될 때마다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은 1200만 달러(약 158억 원)에 달한다.
가뭄으로 인해 농작물, 축산물 수급도 줄어들고 있다. 다닐로 팔라시오스 에콰도르 농림부장관에 따르면 가뭄과 산불로 인해 영향을 받은 농경지는 4만 헥타르에 달한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밥상 물가도 오르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주택 건설업 종사자는 AFP통신에 "가뭄 때문에 모든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야채 한봉지 가격은 1달러로 유지돼도 들어있는 토마토, 양파, 고추 양은 줄어들었다"며 "노점상들은 우리가 눈치채지 못한 줄 안다"고 말했다.
에콰도르는 극심한 갱단 범죄로도 시달리고 있다. 에콰도르는 최근 5년 동안 마약 갱단과 정부 간 충돌이 심해지면서 살인율이 8배나 올랐다. 교도소나 항만 지역에 집중됐던 무법 상태는 이제 수도 키토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키토의 한 미용실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5명이 숨지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가뭄, 산불, 경제난과 갱단 등 복합적 위기가 겹친 에콰도르 키토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방화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로 집이 불탈 뻔한 페르난도 미라귀(56)는 "벌을 받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화재가 발생한 벨라비스타에 사는 목수 롤란도 마르실로(60)도 "불행이 쌓여만 가는 것 같다"면서 이번 화재를 "마지막 지푸라기"라고 불렀다.
gw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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