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판사, 국민투표로 뽑는다…'판사 직선제' 법안 통과

여당, 개정안 처리…법관 7000여명 투표로 선출
"사법부 정치화" 우려…범죄조직 악용 가능성도

11일(현지시간) 멕시코 멕시코시티 국회의사당 상원회의장 외부에서 정부의 사법 개편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해당 개편안에는 법관(대법관 포함)을 국민 투표로 선출하는 판사 직선제 도입이 포함돼 있다. 멕시코 상원은 11일 찬성 86표, 반대 41표로 해당 개편안을 승인했다. 2024.09.11 ⓒ AFP=뉴스1 ⓒ News1 윤주현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멕시코 의회가 국내 반발과 국제사회의 우려를 산 '판사 직선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11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거대 여당이 장악한 멕시코 상원은 이날 새벽 장시간 토론 끝에 표결을 거쳐 찬성 86표, 반대 41표로 재적 의원(128명) 3분의 2를 넘어 사법 개혁안을 처리했다.

개혁안에는 △대법관을 포함한 7000여명의 법관을 국민 투표로 선출하는 직선제 도입 △대법관 정원 11명에서 9명으로 감축 △대법관 임기 15년에서 12년으로 감축 △대법관 종신 연금 폐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멕시코는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법관을 국민 투표로 뽑게 되는 국가가 된다.

판사 직선제 조항은 '사법부의 정치화'라는 비판에 직면하며 거센 반대에 부딪혀 왔다.

지난 몇 주간 파업과 반대 시위를 벌이던 사법부 노조는 지난 4일 법학부 대학생들과 사법부 개혁을 밀어붙인 여당 측 하원의원들의 의회 출입을 막았고, 결국 여당 측은 의사당 인근 체육관으로 옮겨 개편안을 처리했다.

이날도 시위대는 상원 심의를 앞두고 의사당으로 밀고 들어가 농성을 벌였다.

국제사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마가렛 새터웨이트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보고관은 이날 표결을 앞두고 "이는 다른 어떤 나라에도 존재하지 않는 일"이라며 "(법관 선출 과정에서) 조직범죄를 막기 위한 강력한 안전장치가 없다면 선거 시스템이 특정 세력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켄 살라자르 멕시코 주재 미국대사도 이를 두고 "민주주의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라며 "(범죄자들이) 정치적 동기가 있고 경험이 부족한 판사를 악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사법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국제 인권 기준에 위배된다"라며 이를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판사 직선제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로 추진되고 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재임 기간 법률 개정이 필요한 정책들을 대통령령으로 시행하려다 대법원에서 제동이 걸리자 이에 불만을 표시해 왔다.

특히 그는 "명예로운 일부를 제외하고 판사들은 국가를 약탈하는 데 헌신한 소수를 위해 봉사하고 있다"라며 판사 직선제로 "부패와 범죄에 대한 불처벌을 종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상원 결정을 환영했다.

jaeha6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