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초의 나라' 멕시코 거머쥔 좌파 여전사 셰인바움[피플in포커스]
암로 정책 계승할 듯
과학자 부부 밑에서 자라 '좌파 엘리트'라는 비판도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남성 중심 문화가 강해 '마초의 나라'라고도 불리는 멕시코에서 여성 후보들끼리 맞붙은 끝에 '좌파 여전사'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1) 국가재생운동(MORENA·모레나) 후보의 승리가 관측된다.
로이터통신은 모레나 당대표가 셰인바움의 승리를 선언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지 매체 엘 피난시에로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셰인바움은 우파 야당연합의 여성 후보 소치틀 갈베스(61)를 누르고 당선될 전망이다.
이로써 멕시코의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기록은 셰인바움이 쓰게 됐다.
◇진보성향 유대인 과학자 가정에서 태어난 행동주의자
멕시코 근대사의 가장 어두운 시기였던 제도혁명당의 철권 통치기. 셰인바움은 1962년 유대인 이민자 3세 가정에서 세 자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화학공학자였고 어머니는 세포생물학자였는데, 두 사람 모두 반정부 시위에 적극적인 행동파 과학자 부부였다.
특히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을 앞두고 벌어진 반정부 시위에서 400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숨지자, 충격 받은 셰인바움의 부모는 시위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런 가정 환경은 당시 소녀였던 셰인바움에게 큰 영향을 미쳤고 그가 학생 활동가이자 기후 과학자, 결과적으로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셰인바움은 자신의 아들이 감독을 맡은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며 "정치에 대한 열정과 자연에 대한 사랑, 과학에 대한 깊은 관심을 물려받았다"고 회고했다.
◇학생 운동가에서, 기후학자, 그리고 정치인으로
셰인바움의 행동주의적 성향은 일찍부터 나타났다.
15살 때 셰인바움은 실종 아동을 찾는 엄마들의 단체를 돕는 자원 봉사를 했다. 그 즈음 그는 인권 운동가이자 좌파 정치인인 로사리오 이바라를 만났다. 이바라에게 영감을 받은 셰인바움은 1980년대 교육 정책에 대한 국가 개입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하면서 학생 운동에 몰두했다.
이후 그는 부모님을 따라 진로를 과학자로 정했고, 1995년 명문대인 멕시코국립자치대(UNAM)에서 에너지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아 기후학자로 활동했다. 그는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면서 미국 UC버클리에서 공부했고 영어 실력도 갈고닦았다.
이듬해부터는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일하고 대학에 출강하는 등 기후학자로서의 경력에 집중했다.
그러다가 2000년 당시 멕시코시티 시장이었던 암로(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눈에 들어 시(市)의 환경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암로는 멕시코시티의 극심한 대기 오염과 교통 체증의 해결을 도울 진보적인 과학자가 필요했고, 셰인바움은 그 적임자였다.
셰인바움은 언제나 암로와 함께했다. 2006년에는 암로의 대선 출마 당시 선거운동본부 대변인을 했고, 2011년 암로가 모레나를 창당할 때도 함께했다.
그는 2015년 멕시코시티 틀랄판 구청장으로 선출되고, 2018년 멕시코시티 시장에 당선되면서 독립적인 정치인으로 발돋움했다. 당시에도 그는 멕시코시티 최초의 여성 시장이었다. 재임 기간 멕시코시티의 살인율이 50% 감소하는 등 치안을 크게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좌파 엘리트'라는 비판도
셰인바움은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다고 주장하는 좌파 활동가지만, 과학자 부부 밑에서 태어난 만큼 '좌파 엘리트'라는 비난도 받는다.
멕시코시티에서 자란 셰인바움은 어릴 적부터 기타를 배우고 발레를 배우는 등 사교육을 받을 기회가 많았는데, 비평가들이 그를 '일반 멕시코인들과는 거리가 먼 엘리트'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2021년 26명의 목숨을 앗아간 멕시코시티 지하철 추락 참사 당시 셰인바움은 관리 부실 의혹으로 빈축을 샀다. 안전 점검이 불충분하고 유지 보수가 지연됐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셰인바움은 부인했다.
한편 셰인바움은 암로의 정통 후계자로서 그의 복지 정책과 주요 사회기반시설 건설 프로젝트 등을 이어갈 전망이다. 로이터는 셰인바움이 천연 자원을 공공 사업으로 유지하고 재생가능한 에너지 사용을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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