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사태' 아이티, 총리 사임했지만…새 지도자 선임까지 '첩첩산중'

2016년 이후로 대선 없어…대통령 암살 후 아노미 상태
과도위원회 설립…투표로 임시 지도자 선발하기로

12일(현지시간)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거리에서 타이어들이 불에 타며 연기를 내뿜고 있는 가운데 한 무리의 남성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고 있다. 2024.03.12 ⓒ AFP=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가 사임한 가운데 아이티의 새로운 지도자 선임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카리브공동체(CARICOM) 지도자들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등 국제 인사들은 아이티의 임시 지도자를 지명할 과도위원회에 권력을 이양하기로 했다.

과도위원회에서 투표권을 가진 사람은 7명으로, 아이티 내 정당들에서 다양하게 선출될 예정이다.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48시간 이내에 위원 명단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7명의 위원 외에 2명의 옵서버 또한 참여한다.

앞서 전날인 11일 앙리 총리는 사임 의사를 밝히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앙리 총리는 2021년 조브넬 모이즈 전 대통령이 암살당한 후 과도정부를 구성해 권력을 잡은 인물로, 새 정부를 구성하고 지난 2월 7일 물러나겠다고 약속했으나 지키지 않았다.

이에 갱단은 앙리 총리의 사임을 요구했고 폭력 사태는 격화됐다. 앙리 총리가 외국 군대를 끌어들여 이들을 진압하려 하자 갱단은 교도소를 습격해 수천 명의 죄수가 집단 탈옥하는 등 극심한 혼란을 빚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윌슨 센터의 에디 아세베도 선임 고문은 "앙리 총리가 물러나고 정치적 해결책을 찾는 것만으로는 아이티의 안보 위기가 자동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대통령궁을 점령한 갱단 지도자로 인해 국제 사회가 최악의 악몽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티의 갱단은 수년간 정부의 권위를 약화하고 아이티의 대부분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상태다. 과도위원회는 갱단 등 유엔의 제재를 받는 어떠한 단체에도 역할을 부여하지 않을 것이라 단언했다.

게돈 장 아이티 인권 분석 및 연구센터(CARDH)장은 "현 상황에서 갱단은 하나의 세력이 되었다"며 "새로운 정치 인물의 등장이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를 표했다.

케냐는 앞서 아이티의 질서 회복을 위해 미국과 캐나다의 지원을 받아 경찰을 파견하기로 한 바 있다. 케냐는 앙리 총리의 사임으로 계획을 보류한다고 밝혔으나 미국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임무가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베세도 고문은 "정당성 없는 정치 지도자는 더 큰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다"며 "신생 경찰 또한 확고한 지지를 받지 못하면 무기를 내려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stop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