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정부 전복 나선 갱단 두목 '바비큐' 셰리지에…경찰 출신[피플in포커스]
지미 '바비큐' 셰리지에…갱단 규합하며 수백명 학살
현직 총리 퇴진 요구하며 아이티 혼란 속에 빠뜨려
-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갱단이 교도소를 습격해 4000명이 탈옥하면서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이 극심한 치안 불안을 초래한 배후에는 수도 포르토프랭스 일대 갱단 연합 'G9'의 수장이자 전직 고위 경찰관인 지미 셰리지에(46)가 지목됐다.
셰리지에는 지난 1일 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의 퇴진과 체포를 요구하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
'바비큐'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하는 셰리지에는 온갖 범죄를 일삼으며 아이티를 무법천지로 만든 장본인이다.
그는 경찰관으로 근무하던 2018년 라살린(La Saline) 빈민가에서 자행된 학살 사건에 연루돼 미국 재무부의 제재 명단에 올랐다. 당시 라살린에서는 71명이 사망하고 주택 400여채가 불에 탄 것으로 알려졌다.
셰리지에는 또 2017년 그랜드라빈(Grand Ravine)과 2019년 벨에어(Bel-Air) 학살 사건을 주도했다는 의혹으로 경찰에서 해임됐다.
일각에서는 셰리지에가 이때 수많은 사람을 불태워 죽여 '바비큐'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됐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셰리지에는 바비큐 노점상을 운영하던 어머니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경찰복을 벗은 이후 그는 2020년 포르토프랭스 일대 갱단을 규합한 G9을 출범했다.
셰리지에는 G9을 통해 온갖 범행을 일삼으며 세력을 떨쳤지만 그가 본격적으로 전국을 장악한 것은 2021년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피살 사건 이후부터다.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당하자 셰리지에는 야당과 경찰이 배후에 있다고 비난하며 전국적인 시위를 촉구했다.
그는 모이즈 대통령이 숨지기 이틀 전 새로 지명된 아리엘 앙리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고 경찰과 대치하며 치솟는 물가와 행정 공백에 따른 혼란을 더욱 부채질했다.
특히 2022년에는 아이티 최대 규모인 바로(Varreux) 유류 터미널을 장악해 심화하던 연료난을 부추긴 바 있다.
이에 앙리 총리는 치안 보장을 위해 아프리카 케냐 주도의 유엔 다국적 경찰력을 지원받으려 애썼다. 하지만 셰리지에는 이를 막기 위해 각종 소요 행위를 조장해 왔다.
그러다 셰리지에는 앙리 총리가 다국적 경찰력 파견 논의를 위해 지난달 29일 나이로비를 방문한 후부터 경찰서, 중앙은행, 국제공항 등을 공격했고 급기야 최근 교도소까지 습격해 4000여명이 탈옥하는 일이 벌어졌다.
아이티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통금령을 시행하면서 갱단과 맞서고 있지만 셰리지에는 이미 포르토프랭스의 약 80%를 장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갱단들의 범죄도 급증했다.
지난 1월 유엔은 살해, 부상, 납치 등을 포함해 지난해 아이티 갱단 폭력의 피해자가 8400명 이상이라고 밝혔다. 이는 2022년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수치다.
셰리지에는 "국민은 지쳤고 더는 견딜 수 없다"라며 "우리 투쟁의 첫 번째 목표는 앙리 정부가 어떤 방법으로도 권력을 유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물러서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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