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최고 수출무기는 의사…팬데믹 때마다 활약한 '백의의 군대'

[한-쿠바 수교]의사 부국 쿠바, 인구 1만명당 의사 수 세계 최다
자연 재해나 전염병 현장에 의사 파견해 '의료 외교' 펼쳐

쿠바 아바나에서 지난해 2월 튀르키예(터키) 대지진 현장으로 파견된 의료진의 모습. 2023.2.11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쿠바는 핵심 수출 품목이 의사라는 말이 있을 만큼 우수한 의료진을 다수 보유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쿠바는 2023년 기준 인구 1만명당 의사 수가 84.3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았다. 이는 WHO가 제시한 인구와 의사 수의 이상적인 비율(인구 1만명당 의사 25명)을 넉넉히 초과하는 숫자다.

이를 바탕으로 쿠바는 1960년부터 의료진을 해외에 적극적으로 파견하는 의료 외교를 펼쳐 왔으며, 2018년 기준 의료진을 약 67개국에 파견해 연간 약 110억달러(약 15조원)을 벌어들인다.

첫 파견은 피델 카스트로 집권 1년 후인 1960년 칠레에서 대지진이 일어났을 당시였으며, 3년 후 알제리가 프랑스에서 독립했을 때도 의료 체계 구축을 위해 의료진을 파견했다.

베네수엘라에서 우고 차베스가 집권했을 당시 쿠바는 '볼리바리안 혁명'을 돕기 위해 의료진과 교육자들을 파견했다. 그 대가로 쿠바는 베네수엘라산 석유를 시장 가격보다 싸게 구매하며 실리를 챙겼다.

이후에도 쿠바 의사들은 세계 곳곳의 재난 현장과 질병 발생 지역에서 활약하며 '백의의 군대'라는 별칭도 얻었다.

휴먼라이츠워치(HRW)에 따르면 쿠바는 지난 60년 가까이 164개국에 걸쳐 자연재해나 전염병 등으로 인한 의료 위기 현장에 40만회에 걸쳐 의료 인력을 파견한 바 있다.

쿠바 의료진은 아이티에서 콜레라와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와 최전선에서 싸웠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도 쿠바 의사들은 대활약했다. 로이터는 쿠바가 5개 대륙 약 40개국을 대상으로 의료진을 파견했다고 전했다.

선진국인 이탈리아의 롬바르디아주도 확진자 폭증으로 의료 체계가 마비되자 쿠바 의사들의 도움을 받았다.

지난해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에서 강진이 발생했을 당시에도 쿠바 정부는 피해자들의 의료 지원을 위해 의사들을 파견했다.

쿠바 의사들이 2023년 2월 튀르키예 지진 피해 현장 파견을 앞두고 체 게바라의 사진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3.2.11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하지만 쿠바는 해외 파견 의료진들의 삶을 엄격하게 통제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쿠바 정부가 추구하는 가치와 맞지 않는 사람들은 친구로 사귈 수 없도록 하는 등 사생활에 심각한 제약을 둔다. 심지어 연애 상대조차도 직속 상사에게 보고해야 한다.

의료진이 해외 파견을 원하지 않는데도 반강제로 보내지는 경우가 있고, 의료 서비스에 대한 보상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착취'라는 비판도 나온다. 알자지라 통신에 따르면 해외에 파견된 쿠바 의료진은 근무지 국가로부터 급여의 10~25%만을 받으며, 나머지는 쿠바 정부로 보내진다.

이 때문에 의료진이 해외로 망명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2006년부터 2016년 사이 7000명이 넘는 쿠바 의사들이 해외 파견 임무를 수행하다가 이탈했다.

미국은 쿠바의 의료진 파견을 '인신매매'로 규정하고 각국에 이를 받아들이지 말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쿠바는 이런 의혹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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