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갱단과 '내전' 선포…폭동과 방화, 약탈 총체적 위기(종합)

경찰관 납치·교도관 인질로 잡는 등 '안보 위기' 계속
이웃 국가 페루도 국경 지역서 비상사태 선포

9일(현지시간) 에콰도르 쿠엔카의 거리에 무장한 군인들이 순찰을 돌고 있다. 2024.01.09 ⓒ AFP=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에콰도르에서 범죄 조직 두목이 탈옥하며 시작된 혼란이 계속되자 대통령이 내전을 선포했다.

9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에콰도르 내 범죄 조직에 대한 군사 작전을 명령하며 내전(internal armed conflict)을 선포했다.

노보아 대통령은 소셜 미디어에 "내전을 선포한다"며 "20여개의 갱단을 테러 조직으로 규정하고 군대에 이들을 무력화하라고 명령했다"는 내용의 글을 업로드했다.

대통령의 발표 이후 상점과 학교, 사무실, 공공기관 등은 문을 닫았다. 직장인들이 집으로 돌아가면서 거리는 차량들로 꽉 막혔다.

노보아 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을 알린 이날 에콰도르 과야킬의 TC텔레비시온 방송국에 갱단 일당이 침입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침입한 이들은 복면을 쓴 채 총과 수류탄 등 무기를 휘두르며 직원들을 폭행하고 인질로 잡는 등 난동을 부렸다. 이 장면은 실시간으로 송출됐다.

방송국에 들이닥친 갱단 중 한 명이 마이크를 연결해달라는 요청을 하는 것이 방송을 탔는데, 그는 "마피아(갱단)에 간섭"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메시지를 주려 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그가 발언을 하기 전에 경찰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지 하루 만의 일이다. 7일 범죄 조직인 '로스 초네로스'의 두목 아돌포 마시아스가 탈옥하면서 에콰도르 곳곳에서 혼란이 일었다.

마시아스의 탈옥 직후 에콰도르 24개 주 중 6개 주의 교도소에서 교도관들이 수감자들에 인질로 잡히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에콰도르 남부 마찰라에서는 야간 근무를 하던 경찰관 3명과 로스 리오스 주에서 순찰 중이던 경찰관 3명이 납치됐다. 수도 키토에서도 경찰 4명이 갱단에 납치됐다.

경찰은 "이러한 행위는 면책되지 않을 것"이라며 엄경한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폭발과 차량 방화, 약탈, 총격 역시 에콰도르 전역에서 보고됐다. 또한 당국은 2번째로 큰 갱단의 두목과 다른 재소자들도 다른 교도소에서 탈옥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3000명의 군과 경찰 인력이 투입돼 마시아스를 수색하고 있다. 국가비상사태가 이어지는 60일 동안에는 야간 통행이 금지됐으며 거리와 교도소에는 군사 병력이 배치됐다.

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같은날 이웃 국가인 페루도 에콰도르와의 국경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알베르토 오타롤라 페루 총리는 "비상사태 선포로 경찰을 지원하기 위한 군 병력이 다수 배치될 것"이라며 "페루 국방부 장관과 내무부 장관이 국경 지역으로 이동해 작전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stop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