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경고에 세계 경제 '안갯속'…미 인플레 압박 고조[딥포커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디트로이트 이코노믹 클럽에서 “멕시코에서 생산돼 수입되는 중국산 자동차에 최대 10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2024.10.11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이창규 권진영 기자 =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관세 폭탄으로 세계 경제질서의 재편에 시동을 걸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의 다우와 S&P500 지수는 신고가를 기록했지만 다른 국가들의 주식시장은 대부분 하락했다.

뉴욕 증시의 고공행진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보다 광범위한 측면에서 해외 시장에서 돈을 버는 미국 기업들도 관세 영향을 받고 이에 따라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 성장 전반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미국 가격 인상 불가피…캐나다 제로 성장 경고까지

트럼프 관세는 미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 성장에 위협을 가한다. 영국 중앙은행 영란은행의 클레어 롬바델리 부총재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관세 제안이 영국과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경제 성장에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역설적으로 트럼프 관세는 미국 소비자 가격인상과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ING는 트럼프의 새로운 관세가 전액 부과될 경우 미국 소비자들이 연간 최대 2400달러(약 335만원)의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관세 인상으로 인플레이션 압박이 다시 커지면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예상보다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며 달러를 지지하고 다른 국가들의 통화를 끌어 내릴 수도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UBS 웰스 매니지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폴 도노반은 미국 기업들이 트럼프 무역전쟁의 첫 달을 견뎌내기 위해 상품을 비축할 시간이 거의 없고 소비자들은 곧 고통을 느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세금은 수입 시점에 적용되므로 중국산 상품에 10%의 추가 세금이 부과되면 소비자는 매장에서 해당 상품에 대해 평균 4%를 더 지불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캐나다 경제는 트럼프 관세로 제로 성장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왔다. 제임스 올랜도 TD 이코노믹스의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몇 가지 수치를 계산해 본 결과 캐나다에 25% 관세가 부과되고 보복하지 않는다면 인플레이션 상승과 함께 캐나다의 경제 성장은 사실상 제로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는 수출에 있어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커 수출업계가 받을 타격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캐나다는 지난 2018년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체결한 후 대미 수출이 더욱 늘어난 상황이다.

자동차 산업 최약체…일본 생산거점 이전 고심

산업 중에서도 자동차 업체들의 주가는 유럽은 물론 미국에서도 많이 떨어졌다. 미국의 3대 자동차(빅3)인 제너럴모터스(GM) 9%, 포드 3%, 스텔란티스 6%씩 밀렸고 독일 폭스바겐과 BMW는 각각 2.6%, 1.5%씩 하락했다.

캐나다, 미국, 멕시코 국경에 걸쳐 고도로 통합된 공급망을 갖춘 자동차 산업은 트럼프의 관세에 특히 취약하다. 그동안 북미 3국은 무관세 자유무역 협정으로 자동차 산업을 꾸려 왔는데 트럼프 관세는 막대한 비용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멕시코와 캐나다는 미국으로 수출되는 모든 자동차 부품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약 1000억 달러에 달하는 부품을 수출한다. 멕시코는 미국 전체 자동차 부품 수입의 43%를 차지하며, 이는 다른 어떤 국가보다 큰 비중이다.

오토포캐스트 솔루션의 업계 분석가인 샘 피오라니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량은 더 비싸거나 수익성이 상당히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멕시코 공장을 운영하는 일본 기업들도 비상이다. 도도로키 히카리 KPMG 컨설턴트는 관세 인상은 제품 이익률 압박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일본 기업도 "관세액만큼 가격을 올려 전가하거나 멕시코 내 거점을 미국으로 옮기는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이킨 공업의 도가와 마사노리 회장은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미국 수출용 공기청정기 관련 제품을 "아르헨티나 등 남미용 사양으로 바꾸는 방안도 있다"며 판매처 변경을 염두에 두겠다고 했다. 리코는 관세 인상에 대비해 중국에서 미국용 사무기기 생산을 태국으로 이관할 계획이다.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경단련)회장은 트럼프 관세에 대해 "일본 기업이 막대한 영향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며 "무관세의 캐나다, 멕시코에 제조 거점을 둔 일본 기업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같은 경제 대국이 관세를 올리면 대항 조처도 나타나 많은 나라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