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랠리 주춤, 달러 약세…"베센트 재무 지명=안전한 선택"

"트럼프 트레이드 열기 식고 있다…베센트 지명에 안도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암호화폐 가격 이 표시된 스크린. 2024.11.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트럼프 트레이드로 상징되는 미국 달러와 비트코인의 랠리가 주춤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스콧 베센트를 재무장관으로 지명한 것은 미국 우선주의적 경제정책을 신중하게 진행한다는 의미라고 금융시장은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베센트, 정치 열망보다 시장 안정 우선"

25일 오전장 초반 달러는 엔화 대비 0.4% 약세를 보였다. 미 달러는 호주 달러와 뉴질랜드 달러에 대해서도 각각 0.6%, 0.5%씩 하락세다. 유로화에 대해서 달러는 0.5% 약세다. 비트코인도 암호화폐 낙관론이 지나치다는 경계감이 나오며 10만달러 고지를 넘지 못한채 9만8000달러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베센트가 차기 재무장관에 낙점되면서 트럼프 랠리가 주춤해졌다고 해석한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전략가 스티븐 스프랫은 로이터에 "베센트가 '안전한' 후보라는 시장의 시각이 강하다"며 "정통적이지 않은 선택에 대한 리스크가 시장의 가격에 반영되었는데 이러한 측면에서 베센트는 안도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가 재무장관으로 베센트를 지명한 것에 대해 트레이더들은 신중한 선택으로 간주한다"며 "트럼프 승리로 인해 과열된 베팅이 완화했다"고 보도했다. 베센트의 지명으로 전 세계 다른 국가들의 경제와 통화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다소 가라 앉을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예상했다.

베센트는 지난 7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터무니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트럼프 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생기지 않도록 관세와 감세 계획을 조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 베센트는 10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관세 인상안은 협상 후 변경될 수 있는 '최대치'라고 밝혔다. 트럼프의 관세 제안이 실제 현실화하기 보다는 협상력을 최대로 끌어 올리기 위한 장치일 수 있다는 얘기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판게아정책의 테리 헤인즈 설립자는 베센트 지명 직후 투자메모에서 "투자자들은 베센트가 시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거친 정책을 다듬고 관세 등 트럼프의 경제 정책이 시장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을 극대화할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베센트는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의 열기가 식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블룸버그는 해석했다. 베센트는 트럼프의 관세와 감세 계획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투자자들은 베센트가 정치적 열망보다 경제와 시장의 안정을 우선시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유니크레딧뱅크의 에릭 닐슨 수석 경제고문은 블룸버그에 "베센트가 재무장관으로 지명된 이후 미국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말 그대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스콧 베센트(사진)를 재무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사진은 베센트가 2017년 7월 12일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연례 앨런 앤 컴퍼니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한 모습. ⓒ AFP=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비트코인 국가비축 공약 실행 의문"

유사한 맥락에서 암호화폐 낙관론이 지나치다는 경고가 나오면서 비트코인이 10만달러 고지를 앞두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베센트 지명 직후 비트코인은 9만5000달러선까지 내려갔다가 25일 아시아 오전장 초반 9만80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밀러타박의 매트 말리 수석시장전략가는 "투자자들은 기본적으로 10만 달러 수준을 테스트했기 때문에 이제 숨을 고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한다"며 "비트코인을 둘러싼 강세가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트럼프는 암호화폐에 대해 시장을 활성화할 만한 규제를 약속하고 국가 비트코인 비축을 약속했지만, 시행 일정과 비트코인 비축의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암호화폐 프라임브로커 팔콘엑스의데이비드 로란트 리서치 책임자는 "10만달러에 가까워지면서 매도 쪽으로 치우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비트코인에 지나친 돈이 몰리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할 환경이 조성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 이후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하는 미국 상장지수펀드에 현금이 쏟아져 들어왔으며, 해당 상품은 1월 출시 이후 현재 1070억 달러의 자산을 축적했다.

암호화폐 투자회사 FRNT파이낸셜의 스테판 오울렛 CEO는 "비트코인은 대선 이후 극도로 과매수된 상태였기 때문에 하락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지난주 중반 수준으로 돌아간 것에 불과하다는 면에서 10만달러 돌파 가능성은 열려 있다. 트럼프 인수팀은 백악관 최초의 디지털 자산 정책 전담 직책을 신설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