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최고 재벌 아다니 뇌물수수 혐의 '일파만파'…시총 38조 증발

미국 법무부 해외부패방지법 위반 혐의 형사 기소

6일 인도 콜카타에서 시민들이 나렌디나 모디 인도 총리와 가우탐 아다니 아다니 그룹의 회장 화형식을 거행하며 이들의 커넥션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인도 최고 갑부인 구아탐 아다니의 기업 제국 아디니 그룹의 주가가 23% 폭락하며 시가 총액 270억달러(약37조8000억원) 가까이 증발했다. 미국 법무부는 해외부패방지법에 따라 아디니를 포함한 그룹 경영진을 형사 기소했다.

미국인을 포함한 국제 투자자들로부터 자본을 조달하기 위해 아디니 경영진이 2억5000만달러 넘는 뇌물 수수 관련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혐의다.

아이비리그 출신 조카 사가르 '뇌물 노트'

21일(현지시간) 뭄바이 증권거래소에서 아다니 그룹의 주력 기업인 아다니 엔터프라이즈는 23% 폭락해 21개월 만에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다른 계열사 기업 주가도 폭락하며 시총은 거의 270억달러가 사라졌다.

채권 매각도 무산됐다. 아다니 그룹의 재생에너지 자회사 아다니 그린에너지는 6억 달러 규모의 채권 매각을 취소했다.

여기에 케냐 정부가 26억달러 규모의 거래까지 파기하면 아다니 그룹은 더욱 흔들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케냐 대통령은 아다니 그룹이 나이로비 국제공항을 확장하고 전력사업에 투자하는 거래를 "즉시 취소"하라고 공무원들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케냐 대통령은 아다니가 재생 에너지 사업 수주를 위해 인도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미국의 기소 내용이 즉각적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미국 법무부는 아다니가 태양광 에너지 계약을 따내기 위해 인도 정부 관리들에게 2억5000만달러 넘는 뇌물을 주기로 약속했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해당 거래는 약 20년 동안 세후 수익이 20억 달러 이상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러한 뇌물 수수 계획은 미국을 포함한 국제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미 법무부는 해외부패방지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 법무부는 창업자 구아탐의 조카인 사가르에 주목했다. 로이터가 인용한 기소 서류에 따르면 사가르는 뇌물노트가 있었는데 이 노트에는 뇌물 금액을 메가와트당 요금으로 계산할 정도로 상세한 내용이 기록됐다.

30세의 사가르는 아이비리그 대학인 브라운 대학교에서 공부했고 2015년에 아다니 그룹에 합류했다. 그는 아다니 그린 에너지의 전체 태양광 및 풍력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공로를 인정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디 총리 최측근 창업자 구아탐 "미국 100억 투자" 약속

이번 기소는 아다니 그룹의 사업과 인도 정치에도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아다니 그룹은 인도에서 공항부터 발전소, 시멘트, 미디어까지 모든 것을 운영하고 사업 제국을 보유한다.

또 창업자 구아탐 아다니는 인도 국내 인프라를 구축하고 지정학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모디 총리의 최측근이다. 아다니의 기업 전략은 인도 경제를 발전시키려는 모디 총리의 노력과 궤를 같이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디 총리가 더 많은 인도인에게 안정적인 전기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하자 아다니는 석탄 화력 발전을 두 배로 줄였다.

아다니 그룹은 지난해에도 기업 사기혐의로 비슷한 주가 폭락과 위기를 겪은 바 있다. 공매도기업인 힌덴버그 리서치는 2023년 1월 아다니그룹이 "수십 년에 걸쳐 주가 조작과 회계 사기"를 저질렀지만 "정부의 관용"으로 인해 투자자, 언론인, 시민, 정치인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힌덴버그리서치의 보고서 이후 2주 동안 아다니 그룹의 순자산은 600억달러가 증발했다.

하지만 미국 법무부의 이번 기소는 지난해 공매도 기업인 힌덴버그리서치가 제기한 문제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

신용평가업체 무디스 레이팅스는 "아다니 그룹 회장과 다른 고위 임원들이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된 것은 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신용에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무디스는 "아다니 그룹을 평가할 때 그룹 계열사들이 유동성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자본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과 지배구조 관행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내년 초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후 뉴욕에 새로운 미국 법무장관이 임명되면 이번 기소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다니는 트럼프 당선인을 "꺾이지 않는 끈기, 흔들리지 않는 근성, 끈질긴 결단력, 자신의 신념에 충실하려는 용기의 화신"이라고 묘사하며 트럼프의 선거 승리를 축하했다. 지난주에는 다시 당선 축하 메시지를 올리며 미국에 100억 달러를 투자하고 1만1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