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강력한 AI 수요 증명했지만 '와우 효과'는 없었다

4분기 성장 둔화 우려…블랙웰 공급문제, 미중 갈등 위험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 건물의 모습. 2015.02.11 ⓒ 로이터=뉴스1 ⓒ News1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수요에 힘입어 강력한 실적을 내놓으며 AI 열풍의 힘을 다시 보여줬다. 하지만 신제품 공급문제, 지정학적 불안, 경쟁 심화 등으로 눈알이 튀어 나올 정도의 와우효과는 없었다.

AFP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20일(현지시간) 실적 보고 자리에서 "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엔비디아 컴퓨팅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AI는 모든 산업, 기업, 국가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황 CEO는 "기업들은 워크플로우를 혁신하기 위해 에이전트 AI를 채택하고 있다"며 "물리적 AI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산업용 로봇 투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각국은 국가 AI 및 인프라 개발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3분기 매출은 351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4% 증가했고 이익은 193억 달러로 모두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데이터 센터 부문의 매출은 112% 증가한 307억 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4% 성장했다.

황 CEO가 1993년 창립한 엔비디아는 지난 2년 동안 반도체 업계 정상에 오르는 놀라운 성장을 이뤄냈다. 처음에는 컴퓨터 그래픽을 개선하기 위해 개발된 엔비디아의 칩은 AI 작업에 매우 적합했고, 대기업들은 고급 AI 툴을 구축하기 위해 수백억 달러를 투자하기 시작했다.

수요를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고, 엔비디아의 칩은 기술 업계에서 가장 탐나는 제품에 등극했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대부분 최소 2배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이전 분기보다 확실히 둔화했고 앞으로 이익성장이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엔비디아의 매출 성장률은 3분기의 94%에서 4분기 69.5%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지난 2달 동안 20% 이상 상승하고 이틀 전 장중 사상 최고를 경신하기도 했지만 실적 발표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 2% 하락세를 보였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주가는 거의 4배 가까이 올랐고 지난 2년 동안 9배 이상 뛰었다. 너무 오른 몸값에 추가 상승 여력은 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카슨그룹의 라이언 디트릭 수석시장전략가는 로이터에 "투자자들은 엔비디아의 엄청난 실적에 익숙해졌지만 (전망을 맞추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매우 견고한 보고서였지만, 사실 기준이 이렇게 높으면 일이 훨씬 더 어려워진다"며 "엔비디아 칩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공급망 장애로 인해 큰 수익을 보고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신제품 블랙웰의 출시에 대한 불확실성과 AMD와 주요 고객사의 자체 칩개발 노력으로 인한 경쟁심화를 고려하면 전망은 더욱 어두워질 수 있다. 또 시장은 1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면 중국과의 무역 갈등이 심해져 지정학적 위험도 있다고 본다.

테크널리시스 리서치의 애널리스트 밥 오도넬은 "잠재적인 공급망 문제로 인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