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 왕국 중국서 미국 래퍼 칸예 공연 2차례 가능했던 이유

CNN방송 "부진한 경제 되살리기 위한 소비 진작 기대"

유명 래퍼 카니예 웨스트가 1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얘기를 하고 있다. 웨스트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라는최대 문제 중 하나를 해결했다"고 칭찬했다. 2018.10.11ⓒ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세계 최고의 검열로 악명이 높은 중국에서 지난달 미국 래퍼 카니예(칸예) 웨스트가 이례적으로 두 차례나 공연할 수 있었던 것은 부진한 소비를 촉진하겠다는 당국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왔다.

CNN방송은 12일(현지시간) 세계에서 검열이 가장 심한 편에 속하는 중국에서 웨스트가 9월 두 차례나 공연할 수 있었는지를 집중 조명한 기사에서 중국 정부의 부양 의지를 다뤘다.

웨스트는 섹스와 마약을 노랫말에서 자주 언급하고 사회적, 정치적 발언을 서슴지 않지만 9월 15일과 28일 중국 남부 하이난성의 성도 하이커우에서 4만1000석의 스포츠 스타디움에서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쳤다.

CNN방송은 웨스트의 콘서트가 검열이 심한 중국에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했다. 리치먼드 대학의 첸 단 정치학 부교수는 CNN방송에 "중국이 높은 청년 실업률, 부동산 침체, 소비 부진으로 흔들리는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서방의 문화를 일부 받아 들여 소비 지출을 촉진할 방법으로 여길 수 있다"고 말했다.

첸은 "카니예 웨스트의 공연을 승인한 주된 동기는 상업적, 즉 문화 및 관광 산업의 부흥일 수 있다"며 "중국은 상업적 부흥과 더 많은 문화 교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 현지 매체들은 웨스트 콘서트의 경제 효과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치켜 세웠다.

국영 차이나 데일리에 따르면 첫 공연의 거의 모든 팬이 하이난성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왔으며, 상하이와 베이징 등 주요 도시에서 가장 높은 티켓 판매량을 기록했다. 웨스트의 첫 공연은 중추절 연휴 첫날과 겹쳐 하이커우의 평균 호텔 점유율은 전년 같은 연휴에 비해 두 배에 육박한 83%로 급증했다. 관영 신화 통신에 따르면 여행객들은 하이커우에서 약 3억 7300만 위안(약713억원)의 관광 수입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의 음악 시장 성장은 잠재고객을 확대하고 수익을 창출하려는 아티스트와 레이블, 그리고 성장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국내 기업에도 엄청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CNN은 전망했다. 중국 음악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중이다. 음반 산업 무역 단체인 IFPI에 따르면 2022년에 전 세계에서 5번째로 큰 시장으로 부상했다. 중국의 2022년 음반 음악 매출은 전년 대비 28.4% 증가했으며, 이는 전 세계 시장의 9% 증가율에 비해 높은 수치라고 IFPI는 밝혔다.

그러나 외국인 공연은 여전히 난제라고 CNN은 지적했다. 존스 홉킨스대학의 헝 호펑 사회학 교수는 "중국 지방 정부는 항상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더 많은 콘서트와 활동을 원하지만, 상급 당국은 가사와 내용에 대해 점점 더 많은 심사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강력한 경제적 동기가 있지만 공연이 막판에 취소되는 예측 불가능성을 포함하여 중국의 엄격한 검열과 엄격한 공연 감독도 외국인 아티스트들에게 어려움을 준다. CNN에 따르면 2015년에는 미국 록 밴드인 본 조비와 마룬 5가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예정된 공연을 갑작스럽게 취소한 적이 있다. 또 저스틴 비버, 제이지, 레이디 가가 등 다른 미국 뮤지션들은 중국 입국조차 금지된 상태라고 CNN은 전했다.

하지만 첸 리치먼드대 정치학 교수는 "최근의 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해 진정성 있고 지속적인 소비 반등으로 이어진다면 서양 연예인들의 계산이 바뀔 수 있고, (그들은) 수고와 위험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