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이시바 시대 개막]③ '괴짜' 일본 총리와 엔 캐리 트레이드 '쓰나미'

30일 일본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이시바 시게루 신임 총재가 중의원 조기 해산 일정을 발표하고 있다. 2024.9.30/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30일 일본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이시바 시게루 신임 총재가 중의원 조기 해산 일정을 발표하고 있다. 2024.9.30/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이시바 시게루는 높은 물가와 집권 자민당의 부정 행위에 대한 불만의 벽을 타고 새로운 일본 총리의 자리에 올랐다. 괴짜, 영원한 외부인이라는 이미지의 이시바는 자민당 권력의 핵심이었던 아베 신조 전 총리와 그의 경제 정책 아베노믹스(완화적 통화정책, 재정지출 확대, 구조 개혁)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역설적이게도 이시바는 공식적으로 총리에 선출된 첫날 아베노믹스를 지지했던 의원인 가토 가쓰노부를 재무상에,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는 당 부총재로 지명하며 직전 총리인 기시다 후미오의 경제 정책을 계승한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당장은 급진적 정책 전환보다 계승을 통한 정책 실행력을 쌓기 위해 안정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일단은 아베노믹스 계승…"디플레 탈피 최우선"

이시바 총리는 1일 기자회견에서 "임금 인상과 투자가 견인하는 성장형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기시다 정권이 추진해온 성장전략을 착실하게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30년 동안 국가를 압박해온 디플레이션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 일본은행이 "추세적으로" 느슨한 통화 정책을 유지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경제 정책이 실질 임금과 기업 자본 지출을 늘리는 등 "일본을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에 최우선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소득 가구에 지급금을 제공하는 등 생활비 상승으로 인한 가계의 타격을 완충하기 위해 새로운 조치 패키지를 작성하도록 내각에 지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재무부 관료 출신이자 아베노믹스의 지지자인 가토를 재무상으로 앉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가토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아베노믹스를 성공시켜 가계 소득을 두 배로 늘리고 국내 투자를 촉진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경기 부양책을 마련할 것을 약속했다. 이시바 총리는 "일본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직전"이라며 "이 드라이브를 멈추지 말고 오히려 가속화해야 한다"고 임금과 자본 지출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시바 총리는 기시다 내각이 2030년대 중반까지 실현하려 했던 시급 1500엔으로 최저임금 인상(전국 평균) 목표를 "2020년대에 목표로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솜포 인스티튜트 플러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전 일본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가메다 세이사쿠는 블룸버그에 이시바가 일단 정책 계승의지를 확인한 만큼 "일본 경제 정책의 큰 변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엔캐리, 인도 경제보다 크다…"5~10년 슈퍼 사이클"

하지만 세계 4위의 경제 대국인 일본 경제가 부활할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투자처로서 일본에 대한 열기가 다시 불붙고 있다.

임금과 물가가 성장세로 돌아섰고 주식 시장은 1980년대 이후 볼 수 없었던 수준을 회복하고 있으며 일본은행은 비정상적인 통화 부양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이시바 총리는 30년 침체의 끝자락에 서 있다고 믿는 일본의 변화에 부응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일본의 금리인상은 이시바 총리가 점진적이지만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이고, 이에 따라 이비사 총리의 승리로 엔화가 급격한 강세를 보였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시바 시대의 경제 정책이 점진적 금리인상이라면 30년 동안 쌓인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이라는 거대한 추세에 주목해야 한다.

캐리 트레이드는 국내에서 저금리로 돈을 빌려 해외의 고수익을 사는 거래로 초저금리가 30년째 이어진 일본 엔은 캐리 트레이드의 대명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엔 캐리는 인도 경제규모보다 큰 4조4000억달러에 달한다.

티로우프라이스의 아리프 후사인 채권부문 책임자는 블룸버그에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이 "메가 트렌드로 향후 5~10년 동안 슈퍼 사이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서 일본으로 지속적이고 점진적이지만 막대한 자본이 다시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