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신임 총리, 부자 증세 및 대기업 세금 인상 약속

불신임안 위협에도 극우 국민연합 지도자 르펜 "지켜 보겠다"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미셸 바르니에 전 브렉시트 협상 대표를 새 총리로 임명했다. 2024.9.5. ⓒ AFP=뉴스1 ⓒ News1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프랑스의 새로운 총리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부자 증세를 예고했다. 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바르니에 총리는 22일(현지시간)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초고소득층과 일부 대기업의 세금을 인상하고 중하층과 서민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다.

바르니에 총리는 이날 저녁 프랑스 2TV에 나와 취약한 재정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적 노력"이 필요하고 고소득층이 "자신의 몫"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저소득층, 임금 근로자, 중간 소득층"을 위한 소득세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의 총 부채는 GDP의 110%, 약 320만 유로에 달한다. 예상보다 낮은 세수와 지방 정부의 지출 증가로 인해 공공 부문의 예산 적자는 억제하지 않으면 내년 GDP의 6.2%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유럽연합의 재정 적자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며 신용평가 기관들은 프랑스의 의사 결정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바르니에 총리는 "우리 부채의 상당 부분이 국제 및 해외 시장에 발행되어 있어 프랑스의 신뢰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브렉시트 협상 당시 EU의 수석 협상자였던 바르니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 개혁에 대한 변화에도 열려 있지만 어떤 변화도 연금 시스템의 불안정한 재정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여름 조기 총선 이후 11주 동안의 새 정부를 마무리하며 단합과 타협을 요구했다. AFP 통신은 "마크롱이 보수적인 바르니에를 선택해 정부를 이끌었다"고 전했다.

좌우의 양 극단 진영은 모두 바르니에 정부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극좌 반대파는 이르면 다음달 초 불신임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극좌파 지도자 장 뤽 멜랑숑은 새로운 라인업을 "총선 패자들의 정부"라고 일축하며 "가능한 한 빨리"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크롱이 중립적인 입장을 기대한 극우 국민연합의 조던 바르델라 대표 역시 새 정부에 "미래가 전혀 없다"고 비난했다. AFP에 따르면 마크롱의 동맹 정당들은 일부 핵심 부처를 포기해야 했지만, 전체 39개 중 12개 부처를 여전히 가져갔다.

하지만 국민연합을 이끄는 마린 르펜 하원 원내대표는 새 정부가 정책을 내놓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결정하겠다고 밝힌 점에서 새 정부는 기대를 걸고 있다. 바르니에 총리의 첫 번째 시험대는 2025년 예산계획을 제출하는 것이라고 AFP는 전했다. 불신임안은 의회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해야 하고 국민연합의 지지가 없으면 불신임안은 통과되지 못한다.

7월 총선의 결과 프랑스 하원은 좌파 연합 신인민전선(NFP)이 193석으로 원내 1당이 되었다. 집권 여당인 중도당은 166석으로 2위에 그쳤고, 우파 공화당은 47석에 불과해 4당으로 밀려났다.

중도당과 공화당을 더해도 213석으로 총 577석인 하원의 과반 의석(289석 이상)에 한참 못 미친다. 중도와 우파로 구성된 일종의 연립정부를 무너뜨리려면 193석을 지닌 NFP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142석으로 원내 3당인 극우 국민연합과 손을 잡아야 하는데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