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I 기업, 미국 제재로 막힌 엔비디아칩 몰래 접근중"

WSJ "해외 분산형 GPU 모델 활용, 블록체인 계약 익명성"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진행된 엔비디아 주최 연례 개발자 회의 'GTC 2024'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을 겨냥한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제품명 B200)을 공개하고 있다. 2024.3.18.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중국의 인공지능(AI) 엔지니어들이 미국의 제재로 막힌 엔비디아 칩에 몰래 접근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싱가포르와 중국의 AI 개발자들은 미국의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엔비디아 칩을 중국으로 직접 수입하지 않고도 브로커를 통해 해외 소재 컴퓨터 파워에 접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암호화폐 세계의 기술인 블록체인을 사용해 사용자의 신원도 숨길 수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최첨단 기술 통제를 우회할 수 있도록 돕는 비트코인 채굴자 출신 데릭 어는 WSJ에 "지난 6월 호주 브리즈번의 데이터센터에 엔비디아의 강력한 H100칩이 탑재된 서버 300대 이상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3주 후 해당 서버들은 베이징 소재 한 회사의 AI 알고리즘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그는 WSJ에 "두바이와 미국의 투자자들을 설득해 엔비디아의 강력한 H100칩이 탑재된 AI 서버 구매자금을 조달했다"고 말했다.

어는 사우디, 미국뿐 아니라 한국의 투자자 그룹으로부터 더 많은 자금을 모금하고 있다며 중국 모기업이 있는 또 다른 싱가포르 회사를 위해 엔비디아의 최신 블랙웰 칩 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무도 수출 통제를 위반하지 않는다"며 "법적으로 말하면 싱가포르 기업"이라고 말했다.

WSJ이 인용한 미국의 제재에 정통한 변호사들 역시 컴퓨팅 파워의 구매자와 판매자, 그리고 이들을 연결하는 중개인은 어떤 법도 위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은 첨단 칩, 장비 및 기술의 수출을 목표로 삼았지만 클라우드 회사들은 수출 규정이 중국 기업이나 그 외국 계열사가 엔비디아 칩을 사용하여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에 액세스하는 것을 제한하지 않는다.

WSJ에 따르면 이는 분산된 컴퓨팅 파워를 판매하는 서비스를 분산형 GPU 모델이다. 그리고 이러한 플랫폼에서 청구 및 결제 방식은 '스마트 계약서' 기반으로 높은 수준의 익명성을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계약 당사자는 일련의 문자와 숫자로만 식별되며 구매자는 암호화폐로 결제한다. 어는 자신조차도 구매자의 실제 신원을 모를 수 있지만 중국 AI 기업들이 싱가포르나 다른 곳에 있는 자회사를 통해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AI 산업 박람회에서 최소 세 곳의 분산형 GPU 회사가 전 세계에서 합리적인 가격의 엔비디아 컴퓨팅 성능에 대한 무제한 액세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선전하고 있었다고 WSJ은 전했다. 분산형 GPU 회사들은 모두 중국에서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WSJ에 따르면 네트워크에 4만개 넘는 칩을 보유한 한 분산형 GPU 공급업체인 io.net은 사용자 가이드에서 고객 알기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광고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90초 이내에 GPU 공급에 액세스하고 클러스터를 배포할 수 있다"고 이 공급업체는 설명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