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운명 결정할 순간…파월, 9월 금리 빅컷 신호 보낼까

WSJ "연준이 경제확장 죽일 수도…인하 속도 의문"
7월 FOMC 의사록 "대부분 9월 인하 지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31일 (현지시간) 워싱턴 연준에서 기준 금리를 동결한 FOMC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8.01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세계 최대 경제국 미국의 운명을 결정한 중요한(make or break)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대선이 90일도 남지 않은 시기에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미국이 침체에 빠지지 않고 물가가 안정화하기를 원하며 앞으로 몇 개월이 중요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의 연준 출입기자인 닉 티미라오스는 "경제 확장은 늙어서 죽지는 않지만 연준이 죽일 수 있다"며 23일 예정된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에 주목했다.

파월 의장이 실업률의 큰 상승 없이 물가를 안정화하는 연착륙에 성공한다면 명예의 전당에 오를 만한 역사적 업적을 달성하겠지만 실패한다면 연준이 경제확장을 죽이는 오래된 격언을 증명할 것이라고 그는 표현했다.

연착륙에 성공한다면 역사상 최고의 순간이 될 것이라고 TS롬바르드의 다리오 퍼킨스 이코노미스트는 말했다. 그는 "1970년대처럼 인플레이션이 폭주하는 시나리오를 막았을 뿐만 아니라 경제에 유의미한 비용 없이 완벽한 연착륙을 이뤄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갑자기 많은 일이 잘못될 수 있고 노동시장에 대한 우려로 금리인하 속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WSJ는 지적했다. 노동 수요둔화에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면 인플레이션을 오판하고 너무 늦게 금리를 서둘러 올렸던 실수를 또다시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오스틴 굴스비 총재는 "일반적인 경기 사이클에서는 실업률이 로켓처럼 올라갔다가 깃털처럼 내려온다"고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말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의 사이클이 이례적일 수는 있지만 적어도 고용 시장이 냉각되고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며 "이제 냉각을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고용 둔화가 예상보다 심할 수 있다는 데이터도 나왔다. 21일 노동부가 2024년 3월까지 12개월 동안 비농업 신규고용에 대한 예비 기준수정안을 발표했는데 이 수정안으로 신규 고용은 원래 보고된 290만 명보다 81만 8000명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가파르게 하향 조정된 것으로 노동시장의 약화가 이전 예상보다 더 뚜렷할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9월 금리인하 기대를 더욱 키웠다. 이날 공개된 7월 연준 의사록 역시 9월 금리인하 기대를 굳혔다.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 7월 회의에서 위원들은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하면서도 9월 인하를 강하게 시사했다.

문제는 얼마나 많이 내릴지다. 당장 9월 회의에서 0.25%p 혹은 0.5%p일지에 대한 단서가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에서 나올지 주목해야 한다.

파월 의장은 이번 연설에서 금리 인하 옵션을 열어둘 가능성이 높다고 티미라오스 WSJ 기자는 예상했다. 다음 달 초에 발표될 8월 고용 보고서가 7월 수치만큼 실망스러울 경우 금리 인하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굴스비 총재는 "중앙은행으로서 점진적으로 움직이는 이유는 선택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며 "점진주의의 단점은 일이 움직이면 더 이상 그런 사치를 누릴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WSJ에 따르면 JP모간과 웰스파고 등 민간은행으로 이직한 전직 연준 이코노미스트들은 노동시장이 지나치게 약하다는 증거가 나오면 연준이 점진주의에 대한 오랜 선호를 버리고 더 큰 폭의 금리인하를 단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