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를 강타한 침체 공포…연착륙 기대치 너무 높았나[신기림의 월가프리뷰]

뉴욕증권거래소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사상 최고로 올랐던 미국 뉴욕 증시가 경제 우려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 금리를 2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1년 동안 유지하면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며 침체 공포가 월가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주 나온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7월 미국의 일자리를 예상보다 적게 늘었고 실업률은 4.3%로 올라 노동 시장의 악화로 경제가 침체에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

제조업 부문까지 약세를 이어가며 투자자들은 반도체는 물론 산업재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주식 부문을 버리고 방어적인 모습으로 매도세가 심화했다. 기술주가 더 하락하며 나스닥 종합지수의 손실은 지난달 기록했던 최고점 대비 10% 넘게 밀렸다. 간판지수 S&P500은 지난달 고점 대비 5.7% 떨어졌다.

사르마야 파트너스의 사장 겸 최고투자책임자인 와시프 라티프는 로이터에 "바로 성장 공포"라며 "시장은 이제 경제가 실제로 둔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수개월 동안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하락과 점진적인 고용 둔화로 인해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는 근거를 강화했다고 믿었다. 이러한 낙관론에 힘입어 S&P 500 지수는 최근 하락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12% 상승했고 나스닥 지수는 12% 가까이 올랐다. 지난주 연준 회의 이후 9월 금리 인하가 가시화되면서 투자자들은 차입 비용 상승이 이미 경제 성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아마존, 알파벳, 인텔과 같은 기업들의 실망스러운 기업 실적도 투자자들의 우려를 더한다. 오션파크 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인 제임스 세인트 오빈은 "높은 기대치의 저주에 따른 여파를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착륙 시나리오에 너무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번주에는 중공업계의 선두주자 캐터필러와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대기업 월트 디즈니의 실적이 발표되어 소비와 제조업의 건전성을 확인할 수 있다. 제약사 일라이 릴리와 같은 헬스케어 대기업의 보고서도 나온다.

선물 시장에서의 베팅은 경기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CME페드워치툴에 따르면 고용보고서가 나온 지난 2일 연준 펀드 선물은 연준이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0bp(1bp=0.01%p) 인하될 가능성을 70% 이상 반영했는데, 이는 전날 22%에 비해 크게 상승한 수치다. 선물 가격은 2024년 총 116 bp(1bp=0.01%p)의 금리 인하를 예상했는데, 이틀 전 60bp가 조금 넘었던 것과 대조를 이룬다.

시장 전반에서도 불안한 조짐이 보였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알려진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는 주식시장 매도세에 대한 옵션 보호 수요가 커지면서 2023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위험자산 불안에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인 채권과 기타 방어적인 시장으로 몰려들었다. 채권 가격과 반비례하는 미국 10년물 금리는 3.79%까지 하락해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가 불확실한 시기에 인기가 높은 섹터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로이터가 트레이드 얼러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헬스케어 섹터 SPDR 펀드의 옵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풋과 콜 계약의 일평균 잔고가 약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틸리티 셀렉트 섹터 SPDR 펀드의 옵션 거래도 방어적 포지션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섹터 강세에 대한 트레이더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는 해석했다. 헬스케어 섹터는 지난달 4% 상승한 반면 유틸리티는리티는 9% 넘게 올랐다. 반면, 필라델피아 SE 반도체 지수는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종목의 급락으로 같은 기간 17% 가까이 주저 앉았다.

물론 일부 투자자들은 2024년 시장의 전반적인 강세 이후 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일시적 조치일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탈바켄투자고문의 마이클 퍼브스 최고경영자는 "투자자들이 현재까지 엄청난 랠리 이후 매도할 좋은 핑계"라며 "투자자들은 특히 대형 기술주에서 큰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