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엔화 2개월 반만에 최강…"퍼펙트 스톰이 온다"

153엔 하향 돌파 "개입, 캐리 완화, 안전 선호 심리"

일본 엔과 미국 달러화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달러당 엔화가 2개월 반 만에 가장 강한 수준으로 올라섰다. 슈퍼 엔저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며 대대적 전환점을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중이다. 일본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마침내 축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며 엔화는 변곡점을 맞이한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5일 오후 2시 14분 달러당 엔화 환율(엔화 가치와 반대)은 0.66% 내려 152.81엔을 기록했다. 장중 환율은 1% 넘게 내려 달러당 152.24엔까지 떨어졌다. 환율은 4거래일 연속 떨어지며 5월 초 이후 최저다.

엔화 가치는 주요 10개국 통화(G10)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2주 전만 해도 달러당 엔화 환율은 160엔을 넘겨 거의 40년 만에 최약세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주 일본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몇 시간 시차를 두고 결정한 통화정책을 앞두고 금리격차가 마침내 축소될 가능성에 시장이 주목했다. 블룸버그는 "엔화를 지지하려는 일본의 명백한 개입의지, 헤지펀드의 엔화베팅 축소, 엔화를 끌어 내리던 글로벌 캐리 트레이드의 완화"로 인해 엔저가 막바지에 다다랐을 조짐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캐리 트레이드는 낮은 금리의 통화로 고수익을 내는 다른 자산을 매입하는 거래로 저금리가 장기화한 일본의 엔화는 캐리 통화의 대명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일본은행이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과 압박이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가 일본은행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90%는 7월 31일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몇 시간 후 연준도 9월 금리인하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 착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로이터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다음주 금리인상 여부를 논의하고 향후 몇 년 동안 채권매입을 절반으로 줄이는 계획을 발표할 수 있다. 일본은행이 대규모 통화 완화를 꾸준히 줄이겠다는 의지를 표명할 강하게 시사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예상했다.

IG의 토니 사카모어 시장 분석가는 로이터에 "일본 국채매입 축소와 금리인상에 대한 위협은 확실히 달러/엔 환율의 움직임을 주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위험심리가 약해지고 있다는 사실도 엔화에는 도움이 된다"며 "현 시점은 완벽한 폭풍(perfect storm: 퍼펙트 스톰, 작은 변수들이 결합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상황)이다. 기술주 거래가 풀리고 캐리 트레이드도 풀리며 닛케이도 풀리고 있다"고 말했다.

간밤 뉴욕증시의 급락으로 대형 성장주에서 자금이 이탈하면서 위험심리가 전반적으로 약해지고 안전자산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된 점도 엔화를 지지했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아문디의 안드레아스 코닉 글로벌 외환책임자는 블룸버그에 "엔화는 기술주 매도세로 인한 위험 회피 심리와 여전히 많은 투기적 숏 포지션으로 인해 캐리 트레이드가 완화되면서 상승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와 달리 다음주 일본이 통화긴축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엔저에 베팅한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깊어지고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의 가장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레버리지 펀드는 7월 16일로 끝나는 주에 2011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엔화 순매도 포지션을 줄였다. 자산 운용사들도 엔화에 대한 베팅을 1년 만에 가장 많이 축소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