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재무 "극우 르펜 승리하면 국가 부채 위기" 경고

"44일만에 사임한 영국 총리 트러스 시나리오 가능"
2022년 英 금융시장 초토화…금리 29%, 파운드 폭락

9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압승한 극우 성향의 프랑스 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총재(왼쪽)와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오른쪽)가 이날 파리의 당사무실에서 당원들 앞에 서서 연설하고 있다. 2024.06.09.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프랑스 조기 총선에서 극우 지도자 마린 르펜이 승리하면 프랑스가 국가적 부채 위기에 빠지며 금융 시장에 거대한 매도세가 휘몰아칠 수 있다고 중도 우파 공화당 출신의 브루노 르 메르 재무장관이 경고했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르 메르 장관은 프랑스 북부 자신의 선거구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극우 르펜의 국민연합(RN)이 과거 지지했던 정책은 수천억 유로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RN의 경제 정책에는 부가가치세(소비세, 판매세의 일종)를 낮추고 정년을 단축하며 10만 유로의 무이자 대출 등이 포함된다. 프랑스 경제방송 BFM비즈니스는 몽테뉴연구소의 자료를 인용해 RN의 인기 높은 조치로 인해 재정적자가 1000억유로까지 폭발적으로 늘 수 있다고 예상했다.

르 메르 장관은 과도한 감세안을 내놓으면서 대규모 국채 매도를 촉발하며 44일 만에 물러난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를 언급하며 "프랑스에서 부채 위기가 발생할 수 있고 리즈 트러스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우려했다.

지난 2022년 영국에서 두 번째 '철의 여인'을 노리던 트러스는 44일 만에 사임해 역대 최단명 총리라는 오명을 얻었다. 대규모 감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가 구체적 자금대책 부족으로 금융시장에 극도의 불안을 야기했다.

패닉 셀링(공포에 기반한 매도세)이 휘몰아치면서 영국의 대출 금리는 29%까지 치솟았고 파운드화는 폭락했으며 영국 은행은 연금 시스템의 파산을 막기 위해 개입했다.

이러한 매도세가 프랑스에서도 그대로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 르 메르 장관의 경고다. RN의 경제 정책은 과도한 재정적자를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이미 프랑스 금융 시장에는 매도세가 심해졌다.

프랑스 증시의 벤치마크 CAC40 지수는 2거래일 동안 2.7% 급락해 이틀 낙폭으로는 1년 만에 최대를 그렸다.

10년 만기 프랑스 국채 수익률(금리)도 연이틀 20bp(1bp=0.01%p) 넘게 추락하며 독일 국채와의 스프레드(차이)가 2020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확대됐다. 유럽 최고의 안전 국채인 독일과의 수익률 차이가 벌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해졌다는 의미다.

이날 프랑스 공화당 소속 의원 수십명이 세력 유지를 위해 극우 RN에 손을 내밀며 힘을 실어줬다. 에릭 시오티 공화당 대표 역시 RN과 연대를 촉구했는데 당내 동료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기는 했다.

전날 국제 신용평가업체 무디스는 프랑스의 조기 총선이 국가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잠재적 정치 불안정은 차기 정부가 물려받은 힘든 재정 상황을 고려할 때 신용 위험 요인"이라며 프랑스의 부채 지표가 추가 악화하면 현재 "안정적"인 등급 전망은 "부정적"으로 낮춰질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이달 초에 동일한 이유로 프랑스의 등급을 최상위 3번째 'AA'에서 네 번째인 'AA-'로 낮췄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