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전소의 일본인들 "달러로 이것밖에 안돼?"…34년 엔저에 '울상'

올리브유 60%, 전기·가스 요금 모두 올라…황금연휴에도 집콕

30일 일본 도쿄 센소지 인근에서 기모노를 입은 해외 관광객들이 도쿄 스카이트리를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4.04.30 ⓒ AFP=뉴스1 ⓒ News1 최종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강력한 엔화 약세가 일본인들의 일상생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외환 당국자의 발언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30일 재무성의 간다 마사토 재무관은 엔화의 과도한 변동성이 투기로 인해 발생하면 국민생활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은 일본인들이 34년 만에 최고로 강력한 엔저에 따른 영향을 체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입 물가 급등에 당장 5월 올리브유부터 전기와 가스요금까지 오르며 가계 부담이 가중됐다.

최장 열흘에 달하는 황금연휴(골든위크)에 국외는커녕 국내여행도 힘들어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집콕' 족들도 수두룩하다.

일본 엔화와 미국 달러화 ⓒ 로이터=뉴스1

30일 후지TV에 따르면 5월 1일부터 올리브유, 일부 페트병 음료수, 인스턴트커피 등 식품 417개 가격이 오른다. 특히 올리브는 가뭄과 폭염에 따른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60% 오르는 품목도 있다. 주요 10개 전력회사 모두 인상되며, 가스요금도 주요 4개 도시가스회사 모두 오른다.

가격 인상 품목은 4월의 2800개보다 대폭 줄었지만 엔저가 장기화하면 올가을 가격인상 러시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아사히TV는 전망했다.

당장 올해 골든위크에 해외 여행객들은 줄어든 달러에 허리띠를 졸라맸고 국내여행 물가도 치솟아 캡슐호텔이 인기다. 올해 일본의 골드위크는 4월 27일부터 시작해 5월 6일까지로 공휴일이 몰려 있어 3일 휴가를 내면 최장 10일간 쉴 수 있다.

일본에서 골든위크가 시작되는 가운데 29일 도쿄 하네다 공항 출국장에 인파가 모여 있다. 2024.04.29 ⓒ AFP=뉴스1 ⓒ News1 최종일 기자

오매불망 기다리던 황금연휴지만 환율 압박에 일본인들의 지갑 사정은 여의치 않다. 황금연휴 첫날인 27일 간사이공항은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붐볐지만 환전해 받은 달러가 너무 적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고 간사이TV는 전했다.

간사이TV에 따르면 차선책으로 엔저 영향을 덜 받는 베트남이나 한국 제주도로 발길을 돌리는 여행객들도 있다.

국내 여행객들도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기는 매한가지. 오사카시 니시구의 한 캡슐호텔은 거의 만실 상태로 숙박비를 절약할 수 있는 인기만점이다.

여행 대신 집에서 보내는 경우도 많다. 메이지야스다생명 조사에 따르면 황금연휴를 보내는 방법은 '집에서 보내는 것'이 46.8%로 가장 많았고, 해외여행이나 국내여행을 가는 사람은 모두 작년보다 줄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