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무역책임자 "홍해 공격으로 물가 급등·성장 둔화 위험"

"홍해 통과하는 선박 교통량이 한 달 만에 22% 감소"

14일(현지시간) 예멘 사나 인근에서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최근 미국 주도의 공습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린 가운데 후티 반군 지지자들을 태운 픽업트럭이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2024.01.14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종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홍해 해운이 차질을 빚으면서 유럽연합(EU)은 소비자 물가가 급등하고 성장이 둔화할 위험에 직면했다고 EU 무역을 책임지는 고위 관리가 경고했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EU 경제를 총괄하는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이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이란과 연계된 예멘의 후티 반군이 선박을 공격하면서 홍해를 통과하는 선박 교통량이 한 달 만에 22% 감소했다고 말했다.

해운 회사들이 아프리카 대륙 주변으로 선박의 경로를 변경하고 있기 때문에 감소세는 가속화될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에너지 가격에는 눈에 띄는 영향이 없었고, 상품 가격에는 더 일반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서도 "그러나 이미 운송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돔브로브스키스 부위원장은 이 문제를 다룬 EU 통상장관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에게 "확실히 위험 요소"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소비자 물가와 EU 경제 전반에 미치는 광범위한 경제적 영향은 홍해 위기의 지속 기간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라며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영국은 후티 반군의 공격에 대해 국제적 대응에 나섰다. 22일 미군과 영군은 예멘 내 8곳에서 후티 반군의 지하 저장소와 미사일 및 감시 시설을 겨냥한 공습을 감행했다.

돔브로브스키스 부위원장은 국제 사회가 행동에 나서고 있으며, EU 집행위는 홍해의 혼란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는 2월에 경제 전망을 업데이트할 것이라고 전했다.

홍해 북쪽 끝에 위치한 수에즈 운하는 전 세계 상품 교역의 12~15%, 컨테이너의 25~30%를 운송한다.

EU의 경우 2022년 전체 상품 수입의 23%가 아시아에서 선박을 통해 들어왔으며, 대부분이 수에즈 운하를 통해 운송된다.

EU 경제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함께 완만한 경기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홍해를 통한 무역이 장기간 중단되면 올해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인하하지 못할 위험도 있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제프리 반 리우벤 네덜란드 무역부 장관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습하자 후티 반군이 팔레스타인과의 연대를 공언하며 선박을 공격하기 시작한 이후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상하이-로테르담 노선의 운송 비용이 200% 상승했다고 말했다.

그는 "분명히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마지막"이라고 강조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