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폐소화 폐기하고 美 달러 채택하면 경제난 극복할까
중앙은행 폐쇄 등 충격적 공약 실현 의문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남미 2위 경제대국 아르헨티나가 19일(현지시간) 대통령 결선투표에서 극우 자유주의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를 새로운 대통령으로 선택하며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정치 신예의 경제학자 출신의 밀레이는 급진적 '충격 요법'으로 빈곤, 침체, 고물가에 시달리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밀레이의 언행과 공약 모두 충격 그 자체다. 그는 TV 토크쇼에서 욕설이 난무하는 막말로 아르헨티나의 살인적 인플레이션과 좌파정권 붕괴를 연결시켰다.
대규모 거리집회에서 그는 정부 규모를 대폭 축소하겠다는 공약의 상징으로 전기톱을 휘두르며 좌파 정부를 찢어버리겠다는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그는 자국 통화 페소가 "똥만도 못하다(not worth excrement)"며 "절대로 사용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제 정책도 충격적이다. 그의 계획에는 중앙 은행 폐쇄, 페소화 폐기, 지출 삭감 등이 포함된다. 경제 불황에 분노한 유권자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지만 잠재적으로 고통스러운 재정축소도 이뤄져야 한다.
밀레이가 공약을 정책으로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밀레이는 자국 페소화를 미국 달러로 바꾸고 중앙은행을 폐쇄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낙태를 금지하며 무기 판매를 자유화하고 인체 장기 판매시장을 개방하겠다고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부와 중앙은행 곳간은 텅 비었고 국제통화기금(IMF)의 440억달러 구제프로그램도 불안하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이 고갈된 상황에서 6220억 달러 규모의 경제를 달러화하면 또 다른 초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미 아르헨티나의 인플레이션은 150%에 육박했고 넘치는 재정지출에도 빈곤율은 40%에 달한다.
또 페소를 버리고 달러가 대체되려면 엄청난 양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이달 초 아르헨티나의 달러 보유액은 "위험할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경제가 달러화하면 통화가치는 더 안정적이겠지만 금리 설정이나 인플레이션 목표와 같은 통화 정책에 대한 정부 통제력은 사라진다.
결국 밀레이의 충격 요법은 아르헨티나를 깊은 불확실성의 길로 이끌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유라시아 그룹의 라틴 아메리카 디렉터인 다니엘 커너는 블룸버그에 "긴 불확실성의 시기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또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페소화 가치가 공식 환율보다 150%나 높은 상황에서 엄격하게 통제되는 페소화의 평가절하가 불가피하다고 애널리스트들은 로이터에 입을 모은다.
평가절하는 인플레이션을 더욱 급등시켜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이미 5명 중 2명이 빈곤선 아래에 있는 상황에서 이 수치가 훨씬 더 높아지면 거리에 시위대가 넘쳐나고 사회 불안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위험이 있다.
곡물, 리튬 강국인 아르헨티나에서 밀레이의 승리는 세계 무역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밀레이는 중국과 브라질을 비판하며 "공산주의자"와 거래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밀레이는 중국을 '암살자'라고까지 지칭하면서도 민간 기업 간의 자유무역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선거 수사를 정책으로 바꾸기 힘든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지난해 중국, 브라질과의 총 교역액은 약 550억 달러로, 아르헨티나의 제3위 교역국인 미국과의 교역액의 거의 3배에 달한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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