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의 불안한 가을…연준 매파, 셧다운, 고유가 위험[신기림의 월가프리뷰]

뉴욕증권거래소 내부 객장 ⓒ 로이터=뉴스1
뉴욕증권거래소 내부 객장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뉴욕증시의 가을이 불안하다.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매(hawk)의 발톱을 드러내며 국채수익률은 치솟고 예산안을 둘러싼 의회 갈등으로 연방정부의 셧다운(폐쇄) 위험이 다시 불거져 증시에 하방 압력을 가한다.

뉴욕 증시는 7월 말 고점 대비 6% 넘게 떨어졌는데 특히 지난주 투자 불안이 심해졌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오랫동안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예고하면서 미국 주식과 채권 매도를 촉발했다.

간판지수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은 지난주 2.9% 하락해 3월 이후 최대 주간 낙폭을 그리며 떨어졌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글로벌 리서치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가장 빠른 속도로 글로벌 주식을 매도했는데 특히 연준 결정이 나왔던 지난 20일까지 한 주 동안 169억달러 순매도가 발생했다. S&P500은 연초 대비 거의 13% 높은 수준으로 그만큼 떨어질 위험도 있다는 얘기다.

알리안츠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찰리 리플리는 로이터에 "여름 동안 탄력적인 성장세를 보였지만 경제에 상당한 리스크가 있는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위험을 감수할 이유를 찾고 있으며, 이는 주식에 대한 선호도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권시장의 기준물인 10년 만기 미 국채수익률은 16년 만에 최고에서 움직였다. 국채 수익률(금리)은 물가와 반비례하는데 국채금리가 높으면 사실상 위험이 없는 것으로 간주되는 미 국채에 대한 매력을 높여 상대적으로 주식의 투자매력이 떨어진다.

또 미 경제성장에 대한 다수의 잠재적 위협도 골칫거리다. 올해 미 경제는 강력한 회복력으로 증시를 강하게 뒷받침했는데 이제는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확실히 잡기 위해 차입 비용을 계속 높이겠다는 약속을 이행할 경우 금리 상승으로 인한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

애넥스자산관리의 브라이언 제이콥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에 "연준이 연착륙에 대해 지나치게 자신한다"며 "자신감에 찬 연준은 증시 약세의 초기 징후를 무시하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다른 위험 요인으로는 고유가, 10월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 9월 30일까지 의원들이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할 경우 시작될 정부 셧다운 등이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특히 정부 셧다운이 장기화하면 미국 정부의 우려가 심해져 국채 수익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 올해 초 의원들은 부채 한도를 올리기 위해 장기적인 싸움을 벌였고 이로 인해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했다. 국채 수익률의 추가 상승은 지난 몇 주 동안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주식에 대한 역풍을 더할 수 있다.

하지만 저가매수를 노리는 현금은 충분해 올해 랠리를 지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트루이스트의 공동 최고투자책임자인 키스 레너는 S&P 500 지수가 현재 수준에서 3% 정도 하락한 4200까지 떨어지면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러한 하락으로 지수의 주가수익비율이 10년 평균과 비슷한 17.5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레너 책임자는 "적어도 초기에는 단기 약세를 억제하기 위해 이 부근에서 매수세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LPL 파이낸셜의 수석 기술 전략가인 아담 턴퀴스트는 시장 폭을 포함해 그가 추적하는 대부분의 모멘텀(동력) 지표가 약세로 돌아섰지만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했다.

그는 S&P 500 지수가 200일 이동평균을 상회하고 있으며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도피할 조짐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턴퀴스트 전략가는 "전반적으로 시장은 하락했지만 폭락하지는 않았다"며 "강세장의 맥락에서 하락은 전적으로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