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달러 패권 도전 '글쎄'…"신흥국 신용 강등 위험"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신흥 개발도상국들의 모임인 브릭스가 미국 달러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대체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노력중이지만 견고한 달러 패권을 흔들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브릭스은행, 현지통화 대출 계획"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구성된 브릭스는 24일까지 남아공 요한네스버그에서 열리는 정상회의를 통해 회원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최소 23개국이 브릭스 그룹 가입에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잠재적 후보 중에는 인도네시아, 사우디 아라비아와 같은 신흥 강국들이 포함됐다.
브릭스 정상들은 회원국 확대와 동시에 국가간 무역에서 현지 통화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것도 의제 중 하나다. 브라질 전 대통령인 지우마 호세프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 기사에서 브릭스 국가들이 설립한 신개발은행(NDB)에 약 15개국이 가입 신청을 검토중으로 4~5개국의 가입이 승인될 가능성이 높다.
호세프에 따르면 NDB가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 다극적 국제금융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남아공과 브라질 통화로 대출을 시작할 계획이다. 그는 "올해 80억~100억달러 규모의 대출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호세프는 FT와 인터뷰에서 현지통화로 대출하면 미국 금리변동의 위험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현지 통화가 달러를 대체할 수 없고 대안적 성격이라고 호세프도 인정했다. 하지만 NDB는 대출에 대한 정치적 조건목록을 설정하지 않는다고 그는 강조했다.
호세프는 "특정 정책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대출을 제공하지 않는다"며 "각국 정책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킹달러 호환성 타의 추종 불허"
브릭스가 달러 중심 시스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에도 달러 위상을 뒤흔들기는 역부족이다. 오히려 브릭스 전반의 신용만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지난해 국제신용평가업체 피치는 러시아 노출을 이유로 NDB 채권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하향 조정하며 전망도 부정적으로 낮췄다. 미국 중심의 자본시장에서 브릭스가 장기 채권을 발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피치는 설명했다.
피치는 지난 5월 NDB 발행 채권의 전망을 안정적으로 상향조정했지만 등급 자체는 AA+로 회복되지 않았다.
브릭스 달러가 글로벌 통화의 지위를 달성하려면 자본시장의 깊이, 태환통화 관리시스템, 무역송장 발행 등 여러 가지 과제가 있다.
MUFG은행의 에산 코만 신흥시장 연구책임자는 더내셔널에 "킹달러는 상호 연결성을 고려할 때 조용히 왕좌에 앉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존재"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호세프는 NDB가 성장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FT에 NDB가 "개발도상국과 신흥 시장을 위한 중요한 은행으로 변모할 것"이라며 "개발도상국 스스로 만든 은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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