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경고속 新서브프라임 가능성…아프리카 유력

중앙銀 초저금리 정책에 금융시장 '자아도취감'에 빠져
금리인상 필요하나 정크본드 선호 저개발국들이 문제

(런던 로이터=뉴스1) 김정한 기자 = 다만, 이 분석에 따르면 이번엔 서브프라임 사태가 미국이 아닌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에서 나올 가능성이 유력하다. 이들 지역에선 정크본드 등 부실채권을 통한 대출 규모가 크게 증가하고 금리인상에 대한 대비가 미비하다는 이유에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저신용·저소득자에게 주택자금을 빌려주는 주택담보대출 상품으로 2008년 미국 주택시장의 거품을 유발하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BIS는 지난달 29일 연례 보고서에서 현재 만연한 금융시장에 대한 낙관적 전망은 현실과 크게 유리돼 있고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출구전략' 실행이 지나치게 늦어질 경우 신용거품이 나타나 경기 침체도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BIS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활동을 점검하고 금융시장의 안정성과 은행의 자산 건전성을 평가하는 기관으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예견했다.

BIS는 미국과 유럽에서 더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이 시행돼야 한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주장과 상반되는 입장을 나타내 주목을 끌고 있다. 또 초저금리 기조를 상당 기간 유지하겠다는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입장과도 배치된다.

BIS는 주요국들이 실시하고 있는 초저금리 정책이 주식, 채권, 상품 가격 등을 강세로 이끌어 금융시장에 '자아도취감'을 심어줘 위험자산 수요에 대한 거품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현재 경제가 활황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순전히 초저금리를 통한 대출에 힘입은 비정상적인 현상으로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모래성과 같다는 의미다.

BIS는 '활기찬' 증시, '호황을 누리는' 부동산, '낮은 변동성'을 나타내는 금융시장의 등이 이러한 환경 속에서 나타난 '트리플 혜택'이라고 진단했다. 또 이 모든 현상이 단지 제로(0) 상태에 가까운 초저금리 때문일 경우 갑자기 금리가 오를 경우엔 순식간에 뒤바뀔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BIS는 이번 보고서에서 글로벌 부채시장이 이미 위험 영역에 진입해 있고 붕괴를 향해 서서히 다가가고 있는 게 거의 확실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BIS는 특히 은행보다는 에셋 매니저들에 의한 신규 회사채와 국채의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또 경제 성장은 둔화했음해도 디폴트(채무불이행) 비율이 기록적으로 낮다는 사실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우려했다. 이 때문에 거의 모든 지역에서 대출 금리가 낮아지고 저금리 신용대출도 확대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B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경제 성장률은 약 3%로 금융위기 이전인 1996~2006년의 1분기 평균 글로벌 경제 성장률인 3.9%보다 낮은 수준이다. 반면, 저금리에 힘입은 대출 증가와 적자 재정으로 인해 주요국들의 부채는 빠르게 증가해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의 총 부채 규모는 연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를 넘어선 지 오래다.

BIS가 현재 가장 주시하는 것은 가계대출이 아니라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에 대한 정크본드 대출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톰슨-로이터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의 신규 정크본드 판매는 지난 2분기(4~6월)에 1480억달러로 분기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신용버블' 이전 분기당 정크본드 판매 수준이 평균 약 300억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아주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기업들에 대한 신규 협조융자(신디케이트론)의 40% 이상은 저신용 차입대출(low-grade leveraged loans)이었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 2005~2007년보다 높은 수준이다. 차입대출이란 신용등급이 투자등급 이하인 기업에 대해 은행 등 금융기관이 리파이낸싱이나 인수·합병 등의 목적으로 운용자금을 대출해주고 이자를 받는 담보대출이다.

다만, 미국은 최소한 이번엔 지난 2008년 글로벌 은행 체제를 거의 붕괴 직전까지 몰고 갔던 서브프라임 위기의 진원지가 되진 않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선 올 들어 현재까지 민간인에 대한 모기지담보부증권(MBS) 판매가 6억달러(약 6114억 원)를 기록 중이다. 강력한 규제, 엄격한 대출기준 적용, 약 20년래 사상 최저 수준의 신규 대출 신청자 등으로 인한 저조한 결과다. 지난 2005년 기록적인 7260억달러어치의 신규 채권 판매와 비교하면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에선 MBS가 거의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밝혔다. 또한 자동차 대출(오토론)이 늘고 있긴 하지만 지난 2005년과 같은 수준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 정크본드 의존도 높은 아프리카가 '고위험' 지역

최근 들어 투자부적격 등급 채권인 정크본드에 대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유로존과 신흥시장에서 발행되는 정크본드가 문제다.

지난 수년간 그리스, 키프로스, 에콰도르, 자메이카 등 디폴트 위기에 몰렸던 국가들에선 대외 부채에 대한 기호가 더 높아졌다. 이는 케냐와 잠비아 등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들 빈곤국들이 저금리 대출이나 장기상환 조건의 외국인 직접투자가 아니라 '조건 없는'(no strings attached) 대출을 찾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정크본드'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들에 대한 우려가 아직은 잠재적이라고 하더라도 이와 관련된 대출 규모는 글로벌 금융 체제에 위협이 될 정도로 크게 불어나 있다.

프랑스계 은행인 '소시에테 제네랄'의 추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리스크 등급 순위에서 '최상위'(frontier)에 위치한 국가들의 신규 부채는 기록적인 163억달러(약 16조6097억원)에 달했다.

실제로 최근 아프리카 국가들이 부채의 대부분을 탕감 받은 지 10년이 조금 넘은 상태에서 다시 발행한 신규 국채 규모가 엄청나다는 데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클리츠는 이를 '아프리카의 서브프라임'(Africa's subprime)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 BIS, 갑작스러운 금리인상 시 혼란에 빠질 것

BIS도 궁극적으론 적절한 시기에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임에도 동시에 갑작스러운 금리인상에 대해선 경계를 나타냈다.

BIS는 "금리를 정상화할 경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서브프라임 문제도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며 출구전략엔 신중한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BIS에 따르면 내년에 금리가 오를 경우 투자자들은 2007년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심각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BIS는 특히 각국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시사하면서도 다수의 투자자들은 여전히 금리인상에 준비가 돼 있지 않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너무 지연시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BIS는 "기준금리가 예외적으로 오랫동안 낮게 유지되면 각국 정부들은 (싼 이자에 자금조달을 계속할 수 있어) 시급한 부채 축소를 늦추도록 하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중앙은행들이 막바지까지 가능한 최대한으로 금리인상 시기를 미룰 것으로 믿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부채에 대한 지속적인 상환 등으로 인해 향후 수년 동안은 경제 성장이 둔화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또한 낮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금리를 올리더라라도 인상폭은 소폭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또 다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지난 주 금리인상이 인위적으로 억제되야 한다는 생각에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저물가 상태가 글로벌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그는 뉴욕타임스(NYT) 블로그를 통해 "금리가 펀더멘탈에 비해 폭넓게 억제되고 있다는 주장은 거시경제학적으로도 사례가 없다"며 "자산이 일반적으로 과대평가돼 있다는 점도 근거없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번엔 정말로 크루그먼의 주장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