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애플, 中서 삼성에 참패..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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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삼성과 애플이 중국시장에서 사활을 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 4~6월 중화권 실적은 애플의 '참패'로 드러났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24일(현지시간) 분기영업실적을 발표하면서 "중국은 먼 훗날 애플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애플은 지난 4~6월(애플 회계기준 3분기)에 중국본토, 대만, 홍콩을 포함한 중화권 매출이 전분기 대비 43% 감소한 46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동기대비로는 14% 감소했다. 특히 홍콩 시장에서의 매출 급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쿡 CEO는 "왜 이같은 일이 벌어졌는 지 분명하지 않다"고 밝혔다.
애플이 중국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동안 삼성은 장기간에 걸쳐 중국 시장에 깊숙히 침투하며 시장 선점효과를 단단히 누리고 있다.
IT전문 시장조사업체인 IDC에 따르면 중국시장에서 삼성은 현재 800억 달러 규모로 점유율이 19%에 이르며 2017년께에는 117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애플은 현재 중국시장 점유율이 9%를 기록하며 업계 5위로 하락했다.
이와 관련 쿡 CEO는 향후 2년동안 중국 내 애플의 매장 수를 두배로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현재 중국 대도시에 8개, 홍콩에 3개의 매장을 갖고있다. 하지만 애플은 "최고의 서비스질을 유지하기 위해 매우 조심스럽게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진출이 훨씬 빨랐던 삼성은 현재 애플의 3배가 넘는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동통신사업자와 파트너 관계를 맺고 훨씬 공격적인 판매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향후 레노보, 화웨이, ZTE 등과 같은 현지 경쟁자들의 예봉을 꺽으며 우월적인 위치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업계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 삼성의 첫번째 승리요인..다양한 모델
삼성의 역사와 기업문화는 애플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애플은 1976년 스티브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설립한 실리콘 밸리의 상징적 기업이다.
반면 삼성은 고(故) 이병철 회장이 1938년 국수와 설탕 사업으로 창업한 기업이다. 수십년에 걸친 성장기를 거쳐 한국 경제를 주도하는 대기업으로 거듭났다.
삼성은 강력한 규율을 중심으로 한 기업문화를 갖고 있는 반면 애플은 "벤처신화"를 상징하는 전통적인 캘리포니아 기업이다.
애플의 강력한 이미지는 중국에서도 주목받고 있지만 장기간 뿌리깊게 박힌 삼성의 이미지를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중국 남부도시인 선전 전자상가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삼성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은 비슷한 시기에 세대교체를 단행, 양사 최신 휴대폰이 진열대에 나란히 놓인다.
그러나 삼성이 매년 다양한 스펙을 가진 최신 갤럭시 제품군(群)을 쏟아내고 있는 반면 애플은 1년에 고가의 최신 모델 1개만을 고집한다.
이렇다 보니 진열장에는 삼성제품이 애플제품을 최소 4대1의 비율로 압도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갤럭시 모델들은 현지 시장에 특화된 맞춤형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 중에는 중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사진공유사이트 POCO.cn 앱, 멀티유심카드 등이 있다.
레드텍 어드바이저스의 마이클 클렌데닌 이사는 "중국사람들은 다양한 기능을 좋아한다"면서 "한번도 이용하지 않더라도 기본 앱이 50개 이상 깔려있는 스마트폰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어 "애플은 이런 게임을 할 줄 모른다"면서 "중국 주류시장에 진입하려면 '스위스 나이프'처럼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두번째 요인, 현지화.."마치 중국제품인 것 처럼"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시장에서 삼성제품이 강력한 인기를 누리자 애플이 삼성 따라잡기에 나섰다고 밝혔다. 애플이 저가 아이폰 모델, 큰 스크린 등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삼성은 고가의 첨단 스마트폰으로 중국시장에서 애플을 공격한다는 대담한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은 "우리는 중국에서 첨단시장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차이나 텔레콤과 함께 1만2000위안(2000달러)을 호가하는 중국만의 고가 스마트폰을 론칭했다. "세계의 심장"이라는 이름의 이 플립형 휴대폰은 슬림한 블랙과 금장미빛 몸체로 럭셔리한 느낌을 강조했다.
이영희 삼성전자 부사장은 "중국에는 많은 VVIP가 있으며 이들을 위해 우리는 제키 찬이 광고하는 럭셔리 휴대폰을 출시했다"면서 "틈새 고객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브랜드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삼성은 고가 스마트폰을 수백만대 이상 판매할 생각이 없지만 틈새시장을 공략함으로써 현지화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에는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TZ 웡 IDC 애널리스트는 "중요한 점은 삼성이 계속 현지시장에 적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고 말했다.
애플의 최신 모바일 운영체제는 웨이보와 같은 인기앱과 연동하고 있다. 그러나 사용자가 이 앱을 휴대폰에 다운받아야 한다.
◇ 세번째 요인, 이른 진출.."삼성 200여 매장, 애플 95곳"
삼성은 1985년 처음 베이징에 사무소를 열었다. 당시만 해도 중국시장에서 애플과 삼성이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삼성은 중국을 '전자제품 생산기지'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중국에서 주도적인 기업활동을 벌였다. 반면 애플은 5년 전 전세계적으로 스마트폰시대가 도래하자 중국에 처음 진출했다.
삼성의 이른 중국입성은 부정할 수없는 잇점을 가져다 주었다. 삼성은 이른 진출을 발판으로 중국 시장의 급변하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해갔다.
1990년대 중반 중국의 고도성장이 이어지면서 삼성은 중국을 '세계의 공장'이 아닌 '소비시장'으로 인식하고 전략적 변화를 도모했다.
이러한 전략적 변화로 인해 현재 중국내 삼성 매장 수가 애플 매장 수를 압도하고 있다.
삼성은 중국의 3대 이동통신업체를 통한 판매 외에도 국민전기유한공사(Gome), 쑤닝 등 현지 유통업체와 강력한 파트너관계를 갖고 판매망을 확대했다.
또한 중국 전역에 삼성전자 체험관과 소매 직영점을 열어 소비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애플은 상대적으로 늦은 진입으로 현지 인지도가 현저히 낮은편이다.
삼성은 광저우 지역에 200여개의 공인매장과 재판매 매장을 갖고 있는 데 반해 애플은 95개에 불과하다.
지난 20년 동안 삼성은 중국 정부 관리들과 3대 이동통신사와 관계구축에 많은 공을 들였다. 신 사장은 중국 비즈니스에 '관시(關系)'의 역할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면이 있는데 삼성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고 밝혔다.
신 사장은 "이동통신업체와 친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핵심정책"이라면서 중국에서는 이동통신업체마다 다른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데 삼성은 "이들 업체의 요청에 맞춰 스마트폰 기능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애플은 중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차이나 모바일 1곳만 파트너십을 맺었다. 지난 수년간 양측은 수익배분을 놓고 이견을 보여왔고 이로 인해 애플은 수백만명에 달하는 잠재고객을 잃었다.
◇ 네번째 요인..중국 지도부와의 '좋은 관계'
삼성이 미치는 곳은 중국의 국영 이동통신업체 CEO 수준을 넘어선다.
지난 4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을 가졌다.
이 부회장은 최근 "놀라운 사실은 중국지도부가 삼성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라며 "심지어 우리를 놓고 그룹스터디를 할 정도였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애플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4월 국영방송은 애플이 중국 소비자들에게만 차별적으로 1년짜리 제품보증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애플은 이를 즉각 부인했지만 결국 쿡 CEO가 중국 소비자들에게 사과해야 했다.
삼성 글로벌전략그룹에 일했던 마크 뉴먼 샌포드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중국에서의 성공은 결코 일본 경쟁업체들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삼성의 결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뉴먼 애널리스트는 "삼성은 소니, 도시바, 파나소닉을 벤치마킹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면서 "이들의 고립적인 접근법이 결점이 많다고 깨닫고 지난 10년 동안 글로벌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 다섯번째 요인, 고가·저가 동시전략
IDC에 따르면 삼성은 중국의 고가 및 저가 시장 모두 선두를 달리고 있다.
월 평균임금이 640달러에 불과한 중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피처폰을 스마트폰으로 바꾸고 싶지만 '고가'의 애플을 살 수 없는 실정이다. 삼성은 다양한 모델로 시장을 분할함으로써 고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이들 고객 상당수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고가의 모델로 이전하는 경향이 있다. 삼성의 고가·저가 동시 전략은 또한 레노보, 화웨이 및 중소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뉴먼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중국과 세계에 새롭고 값싼 모델을 내놓을 수 있을 지 지켜봐야 한다"면서 "이 곳이 향후 삼성의 전쟁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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